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조차 우주와 현실의 본질에 대해 unanimous한 의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대규모 물리학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물리학회가 주관한 이 조사는 천체물리학부터 입자물리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여기에 ‘과학 애호가’로 분류된 비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이번 설문조사의 공동저자인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와 페리미터THEORETICAL PHYSICS INSTITUTE의 니아예시 아프쇼르디Niayesh Afshordi 교수는 Gizmodo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과학적 합의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실제 과학자들의 의견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이론’, ‘끈 이론’, ‘입자 암흑물질’, ‘일정한 암흑에너지’ 등 일반적으로 표준 견해로 통하는 아이디어들도 연구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빅뱅’이란 무엇인가?
설문조사에서 가장 일치된 답변을 얻은 질문은 ‘빅뱅이란 무엇인가?’였다. 응답자의 68%가 “빅뱅은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이며, 시간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간의 절대적 시작을 의미한다는 답변은 불과 20%에 그쳤다.
암흑물질: 미지의 존재
우주 질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은 중력의 흔적만으로 존재가 확인된 가설적 물질이다. 그러나 직접 검출되지 않아 그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표준 우주모델에서 필수 요소로 꼽히지만, 정작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간에 큰 이견이 있었다.
- 전통적인 관점인 ‘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가설 지지: 10%
- 원시 블랙홀 등에 갇힌 혼합 형태: 21%
- 기타 가설들: 69%
암흑에너지: 변하는 힘?
암흑에너지에 대한 답변에서도 최근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 전통적으로 ‘일정한 우주상수’로 여겨졌던 암흑에너지에 대한 지지는 24%에 그쳤다. 반면, 최근 DESI(다크 에너지 분광기) 관측 결과 암흑에너지가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답변이 26%로 더 높았다.
“과학은 맹목적인 수용이 아니라 끊임없는 도전과 재검증의 과정입니다. 심지어 가장 당연해 보이는 가정조차도 끊임없이 검토해야 합니다.” — 니아예시 아프쇼르디Niayesh Afshordi 교수
이번 설문조사는 과학적 합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처럼,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논쟁과 재검증이 과학의 본질임을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