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산업을 둘러싼 ‘위기론’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앤트로픽(Anthropic)은 지난주 ‘지능 폭발(intelligence explosion)’이라는 새로운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이 AI 연구 기관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더 발전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자기 증식’ 가능성을 포함해 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앤트로픽의 공동 창업자인 잭 클라크(Jack Clark)는 “2028년까지는 인간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라’라고 명령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파멸론’은 앤트로픽의 정체성으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AI 위험을 경고하는 역할’이 이 기업의 핵심 아이덴티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론’은 사실 ‘판매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앤트로픽은 불과 며칠 만에 30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는 380조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지 17일 만에 이루어진 투자 유치였습니다. 또한 올 여름 추가로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목표 가치는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재 시가 총액 852조 원인 오픈AI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지난 1월 발표한 에세이 ‘기술의 청소년기(The Adolescence of Technology)’에서 AI가 초래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존재적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자율적 AI 시스템의 폭주 ▲대량 파괴를 위한 AI 악용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서의 AI 남용 ▲경제적 혼란 ▲극심한 부의 집중 등입니다. 그는 또한 예측 불가능한 연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에세이가 단순히 ‘위험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투자 유치용 프레젠테이션’이기도 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이 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이라는 문구로 시작해 ‘책임 있는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중국이 AI 경쟁에서 따라잡고 있다”는 지적은 ‘국가 안보’와 ‘투자 유치’를 동시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끊임없이 ‘파멸론’을 제기하면서도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오픈AI도 예외는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현직 및 전직 직원들에게 최대 3000만 달러 상당의 주식 매각을 허용했으며, 600여 명이 참여해 총 66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부 또한 AI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군사, 교육, 행정 시스템에 AI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위험과 도전’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파멸론’을 경고하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끊임없이 유치하고 있는 이중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