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를 파리협정 1.5°C(2.7°F) 목표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보유한 석유, 가스, 석탄 자원의 대부분을 ‘연소되지 않은’ 상태로 지하에 묻어두어야 한다는 과학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지리학자 다니엘레 코다토(Daniele Codat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북극 지역의 오일·가스 개발 현황과 생태계·원주민 보호 구역, 주요 야생동물 서식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북극Atlas’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소되지 않은 탄소(unburnable carbon)’ 개념을 지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오일과 가스를 어디에 묻어두어야 하는지, 또는 새로운 개발을 금지해야 하는지를 지도로 시각화했습니다.” 코다토 박사는 말했다. 이 Atlas는 정책 입안자들이 북극 오일·가스 개발을 제한하거나 중단해야 할 ‘핵심 지역’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됐다. 특히 생태계 파괴, 기후 정의, 원주민 문화 보호를 고려한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5개 북극 국가의 오일·가스 개발 현황을 한눈에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등 북극 5개국에서 수집한 50개가 넘는 공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Atlas를 만들었다. 북극의 경계는 ‘북극 생물다양성 보전Priority Areas for Arctic Biodiversity Conservation(PABC)’ 기준을 적용했는데, 이는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의 생물다양성 워킹그룹에서 정의한 것으로, 가장 취약한 생태계가 포함된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하기 위함이었다.

분석 결과, 북극 지역 내 51만 2,000㎢(스페인 면적 규모)에 달하는 지역에서 오일·가스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는 4만 4,539개의 시추공과 약 4만㎞(2만 5,000마일)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집중돼 있었다. 특히 오일·가스 개발이 집중된 곳은 캐나다 서북부, 알래스카 북부, 러시아 북부였다.

생태계 보호 구역의 7%, 주요 야생동물 서식지의 13%가 오염 위험

연구팀은 오일·가스 개발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보호 구역 및 3개 비정부기구(NPO)가 지정한 보전 우선 지역과 얼마나 겹치는지 분석했다. 오일·가스 개발은 서식지 파괴, 이동 경로 단절, 오염 물질 배출 등을 통해 야생동물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분석 결과, 개발 지역 중 7%가 생태계 보호 구역과 겹쳤고, 북극곰·흰부리흰죽지·카리부 등 3대 핵심 야생동물의 서식지 13%가 오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 야말반도, 캐나다 서북부, 알래스카 북부 slope 지역은 생태계가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며, 오일·가스 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지역들은 기후 변화와 개발 압력으로 이미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추가적인 개발은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결정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Atlas는 단순히 개발 현황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와 ‘에너지 전환 정의’를 위한 정책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적 생활권과 겹치는 개발 지역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생태계 파괴가 예상되는 지역은 개발을 중단하거나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다토 박사는 “이 Atlas는 북극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정책 입안자들이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극의 오일·가스 개발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신규 개발을 금지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의 최전선입니다. 이곳에서 오일·가스 개발을 지속한다면, 지구 전체의 기후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 Atlas를 통해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연구는 PLOS One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Atlas를 공개했으며, 누구나 접근해 북극 오일·가스 개발의 실태와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