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시장에서 암호화폐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비교적 조용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암호화폐 생태계의 핵심 전환점이 ‘디지털 자산과 지역 통화·은행 시스템의 결합’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 셰켈 페그 스테이블코인 발행 승인
이스라엘 암호화폐 기업 Bits of Gold에 따르면, 이스라엘 자본시장청(CMA)이 2년간의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셰켈(₪) 페그 스테이블코인 BILS의 발행 및 배포를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솔라나(Solana)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파일럿 단계에서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QEDIT, EY, 솔라나 재단이 참여했다.
BILS는 이스라엘 통화를 온체인(on-chain) 시장으로 가져오는 첫 시도로, 그동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결제 인프라를 주도해온 상황에서 ‘통화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BILS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이스라엘은 국내 통화 기반 결제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가상자산 규제 완화로 은행 접근성 확대
파키스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파키스탄 중앙은행(State Bank of Pakistan)은 2026년 「BPRD Circular Letter No. 10」을 발행해 2018년 가상자산 금지령을 대체했다. 이 규제는 규제 대상 기관이 ‘PVARA NOC’ 또는 라이선스 받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의 고객에게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조건이 적용된다.
이 조치는 암호화폐 기업이 공식적인 은행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 ‘다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암호화폐는 규제 미비와 은행 접근성 부족으로 실생활 금융 인프라로 활용되기 어려웠지만, 파키스탄의 정책 변화는 이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암호화폐의 ‘다음 단계’: 금융 인프라로서의 가능성
이 두 사건은 미국 ETF 열풍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실행 가능한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 미국 ETF: 투자자에게 암호화폐 노출 기회를 제공하는 ‘자산 클래스’로서의 역할에 초점.
- 이스라엘 BILS: 국내 통화를 온체인에 연동해 ‘프로그래머블 통화’로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
- 파키스탄 은행 접근성: 규제된 암호화폐 기업이 공식 은행 시스템에 진입해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 모색.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을 평가하는 기준을 ‘투자 가능성’에서 ‘실용성’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ETF는 투자자에게 exposure를 제공하지만, 셰켈 스테이블코인은 사용자가 국내 통화를 온체인에서 보유할 수 있게 한다. 반면 파키스탄의 정책은 암호화폐 기업이 규제 은행 시스템과 연동해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주목할 변화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BILS는 발행 및 사용 실증이 필요하고, 파키스탄은 라이선스 받은 VASP가 실제 은행 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홍콩과 UAE도 유사한 규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 암호화폐 생태계의 핵심 동력은 ‘디지털 자산과 지역 통화·은행 시스템의 결합’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결론: 통화 주권과 금융 혁신의 교차점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움직임은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국가 통화 시스템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실행 가능한 금융 인프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각국이 어떻게 규제와 인프라를 정비하느냐에 따라 암호화폐의 미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