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그레이’는 가이 리치 감독의 다작 행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이다. 2019년 이후 그는 여덟 편의 장편 영화와 두 개의 TV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장르와 스타일이 다양한 것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판타지 대작 <알라딘>과 <폰테인 오브 유스>, 범죄 드라마 <젠틀맨> 시리즈, 전쟁 영화 <더 코버넌트>, 그리고 스파이 코미디 <오퍼레이션 포춘> 등 그의 작품 세계는 폭넓다.

‘인 더 그레이’는 이 가운데 스파이 코미디와 범죄 드라마의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에이자 곤잘레스가 연기하는 레이첼은 법정과 금융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문 변호사’로, 헨리 카빌과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하는 두 명의 보디가드, 브론코와 시드와 함께 거액의 채권을 회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의 목표는 국제 범죄자 살라자르(카를로스 바르뎀)로부터 10억 달러를 회수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법정과 시가전을 오가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펼쳐진다.

가이 리치 감독의 스타일은 언제나 ‘분위기’에 중점을 둔다. 그의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시각적 스타일과 캐릭터의Coolness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인 더 그레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옷차림과 세련된 액션 장면, 그리고 ‘스토브탑 네그로니’를 만드는 법 같은 디테일한 연출이 돋보인다. 감독의 이러한 감각은 관객의 몰입을 돕지만, 동시에 복잡한 줄거리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레이첼이 olay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끊임없이 등장해, 관객은 마치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 더 그레이’는 100분 내외의 러닝타임으로,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된다. 헨리 카빌, 제이크 질렌할, 에이자 곤잘레스의 호연도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특히 카빌과 곤잘레스의 케미는 스파이물 특유의 긴장감과 유머를 잘 살려낸다. 가이 리치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빠른 컷팅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다소 복잡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즐길 만한 범죄 스릴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