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사’는 아리에와 추코 에시리 감독 듀오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이미모페(This Is My Desire)>에 이어 또 한 번 excellence한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분절 구조를 통해 각기 다른 인물들의 내면과 삶의 무게감을 조명한다.

원작은 버지니아 울프의 고전 <댈러웨이 부인>이지만, 무대를 현대 나이지리아로 옮겨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식민주의에 대한 울프의 성찰을 contemporary하게 재해석하며,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과 사회적 맥락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특히 제목에서 ‘댈러웨이 부인’이 아닌 ‘클라리사’로 바뀐 점은 주인공 클라리사의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 선택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소피 오코네도는 <재닛 플래닛>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노년의 클라리사를 섬세하고도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겉으로는 차분한 가정주부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고독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점차 드러낸다. 클라리사가 파티 준비를 지휘하는 장면에서는 건조한 유머가 엿보이지만, 이는 사실 세상과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가면일 뿐이었다.

영화는 클라리사의 젊은 시절(인디아 아마르테이피오)과의 대조를 통해 그녀의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강조한다. 젊은 클라리사가 지금의 자신을 경멸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노년의 클라리사 또한 과거의 자신을 억누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인물의 내면과 시간의 흐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을 매혹시킨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희망을 안고 살아가며, 이들의 삶은 카메라의 움직임처럼 유연하고도 melancholic하게 연결된다. 클라리사의 남편 리처드(주드 아쿠와디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작가 피터(토히브 짐과 데이비드 오옐로워), 클라리사와 깊은 유대감을 지닌 샐리(아요 에데비리와 니키 아무카-버드),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베테랑 세프티무스(포춘 은와포) 등 각 인물의 이야기는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편집자 블레어 맥클렌던(<애프터썬>)은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각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는 자연의 리듬과 인물들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며, 오코네도의 클라리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에시리 감독 듀오는 시적이고도 painful한 톤으로 클라리사의 내면 세계를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출처: The Wr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