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가족이야.” ‘하프 맨(Half Man)’의 첫 회에서 한 등장인물이 내뱉는 이 대사는 단순한 인사말로 들리지 않는다. 리처드 갓(Richard Gadd)의 신작 HBO 드라마에서 이 한마디는 수십 년에 걸쳐 두 형제의 관계를 정의하고, 때로는 파괴하는 무게를 지닌다.
갓은 지난해 넷플릭스 ‘베이비 렌디어(Baby Reindeer)’의 폭발적인 성공과 비평적 호평을 발판 삼아 HBO와 BBC 공동 제작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총 6회 구성의 미니시리즈인 ‘하프 맨’은 갓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남성성과 가족의 무게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가족의 부담은 작품의 Narrative Framework로 작용하며, 결혼식이라는 무대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나이얼(Niall, 제이미 벨 Jamie Bell 분)은 결혼식 당일 갑작스럽게 동생 루벤(Ruben, 리처드 갓 분)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진다. 루벤의 등장은 결혼식 전체를 뒤흔들 위험이 있었고, 이 순간을 기점으로 과거 30년의 시간 속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플래시백을 통해 두 형제가 어떻게 멀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련과 고통이 드러난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형제의 시작
198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나이얼(청년 시절 미첼 로버트슨 Mitchell Robertson 분)과 루벤(스튜어트 캠벨 Stuart Campbell 분)의 어머니들이 한 가정을 이룬다. 소심한 성격의 나이얼은 갑작스러운 동생 루벤의 등장에 당황한다. 루벤은 소년원 수감 경험이 있던 터라 곧바로 나이얼의 방을 차지하고, 그의 ‘닥터 후’ 책들을 내던지며 지배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Unexpectedly 긍정적이었다. 루벤의 존재로 인해 학교에서의 괴롭힘이 줄어들었고, 두 형제는 점차 서로에게 의존하는 코드펜던스로 변해간다.
‘하프 맨’의 핵심은 두 형제가 ‘반쪽 남자’(Half Man)라는 점이다. 그들은 서로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로, 갓은 이 관계를 통해 toxic masculinity의 함정을 조명한다. 작품은 ‘toxic masculinity’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상과 그로 인한 자기 혐오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나이얼의 정체성 혼란과 루벤의 분노는 갓의 각본을 통해 깊이 있게Layered된다.
시대적 배경과 남성성의 고뇌
1980년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시간적 배경을 통해 작품은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상에 대한 압박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갓은 이 압박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내면적 갈등을 조명하며, 결코 과장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탐구와 전개가 작품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두 형제가 삶을 살아가며 종종 과거의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관객은 때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리처드 갓의 연출력과 한계
갓은 ‘베이비 렌디어’에서 보여준 어두운 스토리텔링을 ‘하프 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연출은 관객을 강렬하게 끌어들이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반복되는 장면과 대사들이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 맨’은 남성성과 가족의 무게를 다루는 작품으로서 깊은 공감과 성찰을 제공한다. 특히 제이미 벨과 리처드 갓의 연기는 두 형제의 복잡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작품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하프 맨’은 toxic masculinity와 가족의 부담을 다룬 작품으로,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처드 갓의 연출력과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반복되는 전개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