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가 문명의 숨은 기반이라는 주장

스튜어트 브랜드는 기술, 환경, 미래에 대한 혁신적 관점을 제시해온 사상가다. 1960년대 《홀 어스 카탈로그》 공동 창작자로서 그는 개인용 컴퓨터, 해커 윤리, 현대 환경운동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롱 나우 재단을 설립하고 핵발전, 멸종종 복원, 1만 년 단위의 장기적 사고를 주창해왔다.

그의 신간 《Maintenance: Of Everything, Part One》에서 브랜드는 문명의 진정한 과업은 혁신이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maintenance(유지보수)를 ‘단순한 수리’가 아닌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으로 정의한다.

혁신과 유지보수는 상충되지 않는다

Reason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는 혁신과 유지보수가 대립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지보수 과정에서 혁신이 탄생한다”며 “장비를 유지·관리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개선점을 발견하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오일 교환이나 치아 관리처럼 일상적인 유지보수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유지보수는 preventive maintenance(예방 유지보수)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수리 자체가 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의 역사에서도 유지보수와 혁신이 공존해왔다는 설명이다. “동물인 인간은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유지보수가 이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모델 T’에서 배운 유지보수의 철학

브랜드는 포드 모델 T가 유지보수를 전제로 설계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헨리 포드는 농부 출신으로 농장 주부와 목장주들이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모델 T를 만들었다. “기계가 복잡해질수록 유지보수는 어려워졌지만, 모델 T는 누구나 쉽게 고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기계가 너무 복잡해져 일반인들이 유지보수에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웃과 멀리 떨어진 농촌에서는 스스로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계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로ブラック박스가 됐다”며 “유지보수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발전과 생태계 복원: 미래를 위한 대안

브랜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발전멸종종 복원(de-extinction)을 적극 지지한다. 그는 “기후 변화는 유지보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핵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입장이다.

그는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복원하는 ‘de-extinction’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멸종된 종을 복원하면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유지보수”라고 설명했다.

자유주의 가치와 planetary stewardship의 조화 가능할까?

브랜드는 planetary stewardship(지구 차원의 관리)가 개인의 자유와 창조적 파괴라는 자유주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유지보수는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을 제공한다”며 “개인의 자유와 지구 차원의 관리가 양립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유지보수는 문명의 숨은 기반이다. 혁신만 강조하면 시스템은 무너진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원한다면 유지보수의 중요성을 재발견해야 한다.”
— 스튜어트 브랜드

출처: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