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허위정보’ 공포가 불러온 규제 열풍
정부가 ‘허위정보’와 ‘선동’을 규제하는 이유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엘리트층의 두려움이 규제의 동력이 되어왔으며, 2024년은 그 절정에 달했다. 이 해 전 세계 약 20억 명의 유권자(전 세계 성인 인구의 절반)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미국·EU·프랑스·영국·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대만·멕시코·인도 등이 포함됐다.
정치인, 평론가, 미디어는 우려를 넘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2024년 1월 뉴욕타임스는 “허위 서사와 음모론이 글로벌 위협으로 진화했다”며 “AI가 선동 행위를 가속화해 현실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영향력 캠페인과 AI가 결합하며 ‘선동의 완벽한 폭풍’이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EU의 ‘민주주의 방패’와 AI 공포증
EU 산하 유럽디지털미디어옵저버토리(EDMO)는 “선동 캠페인이 만연해 유권자 대부분이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EU 고위 관리는 “이것은 외세의 간섭과 같아 마치 침묵의 살인자 같다”며 ‘쓰나미급 선동’을 경고했다. 베라 유로바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AI 딥페이크가 정치인에게 “원자폭탄과 같다”며 “유권자 선호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위협적인 서한을 보내고 위기 대응 부서를 파견했다. 선거 후 수주에 걸쳐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조장할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2024년 5월 코펜하겐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당시 재선에 도전 중이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민주주의 방패’를 약속했다. 이 계획은 외국 간섭을 차단하고 ‘악의적 정보’를 감지해 신속히 삭제·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미 시행 중인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조치였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 차단 모델의 확장
‘민주주의 방패’의 핵심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EU가 러시아 국영 미디어 RT와 스푸트니크를 차단한 선례를 일반화하는 데 있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EU는 “민주 질서 위협”을 이유로 RT와 스푸트니크를 방송 금지시켰다. 같은 해 3월 EU 집행위는 소셜미디어가 “RT와 스푸트니크 콘텐츠를 전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확히 지시했는데, 이는 사용자 게시물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규제였다.
이 같은 조치는 ‘민주주의 보호’라는 명분 아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AI와 외국 간섭에 대한 두려움이 규제의 명분을 제공하면서, 정부와 플랫폼은 ‘위험한 정보’를 선별·제거하는 권한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AI와 외국 간섭 공포는 규제의 명분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