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누군가가 곧 죽는다!” 1973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1호 표지에서 스파이더맨이 절규한 그 장면은 슈퍼히어로 만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 표지를 본 적 없는 이들도 그 죽음의 주인공이 피터 파커의 오랜 연인, 그웬 스테이시라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이 죽음은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상처로 남았다.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제리 콘웨이(73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웬 스테시의 죽음’으로 불리는 이 사건을 통해 슈퍼히어로 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또한 Punisher, 로빈 제이슨 토드, 캐럴 댄버스(캡틴 마블) 등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하며 50년간의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그의 가장 복잡하고도 위대한 유산은 바로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슬픔을 각인시킨 것이다.

16세에 만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콘웨이는 1968년 DC 코믹스에서 공포·서부극 만화로 데뷔했다. 이후 1970년대 초 Marvel로 이적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72년부터 1975년까지 №111~149호를 집필하며 스탠 리의 뒤를 이어 시리즈를 이끌었다.

‘그웬 스테시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1973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1~122호에 실린 이 두 편의 이야기는 슈퍼히어로 만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스토리로 손꼽힌다. №121호는 해리 오스본이 LSD 중독으로 고통받고, 피터 파커는 이전 이슈에서 얻은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에 시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먼 오스본(그린 고블린)은 자신의 아들 해리가 도움을 요청하자 기억을 되찾고, 그린 고블린으로 각성해 복수를 다짐한다.

사건의 절정은 №121호 마지막 장면.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던 기억을 되찾아, 그웬 스테시를 조지 워싱턴 다리(원작에서는 브루클린 다리로 묘사)에서 떨어뜨린다. 스파이더맨은 필사적으로 거미줄로 그녀를 붙잡지만, 낙하관성으로 인해 그웬의 목이 부러진다. №122호 <‘고블린의 최후’>에서는 스파이더맨이 복수를 다지며, 결국 그린 고블린과 대결 끝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장면이 펼쳐진다. 고블린이 타고 있던 글라이더를 피하자, 글라이더가 그대로 고블린을 관통하는 방식이었다.

영원한 상처와 새로운 시대

이 스토리는 이후 countless 번 재현됐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이 장면은 끊임없이 오마주됐다. 하지만 그 배후의 스토리텔링의 brilliance는 종종 잊힌다. 스파이더맨은 태어날 때부터 ‘큰 책임’을 짊어진 영웅이었다. 스티브 Ditko의 객관주의 철학이 피터 파커를 ‘힘을 가진 자의 이기주의’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는 늘 ‘능력은 책임과 함께 온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웬의 죽음은 스파이더맨에게 영원한 죄책감과 슬픔을 안겼다. 이는 단순히 영웅의 죽음을 넘어, ‘영웅도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만화 역사상 처음으로 뚜렷이 각인시켰다.

콘웨이의 유산: 영원한 변화

  • 영웅의 한계 인식: 그웬의 죽음은 영웅의 승리보다 인간의 한계를 보여줬다. 스파이더맨은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이는 영웅의 신화적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현실적인 슬픔과 실패를 만화에 도입했다.
  • 영웅의 책임과 죄책감: 피터 파커는 그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졌다. 이는 이후 수많은 영웅 스토리에서 ‘영웅의 내면적 갈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 슈퍼히어로 장르의 성숙: 그웬의 죽음은 단순히 비극이 아니라, 만화 산업 자체의 성숙을 상징했다. 이후 슈퍼히어로 장르는 더 이상 순수한 영웅주의만 다루지 않게 됐다. 현실의 고통, 슬픔, 실패가 스토리의 중심이 됐다.

콘웨이는 2024년 4월 29일(미국 현지시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산은 그가 남긴 캐릭터와 스토리만큼이나, 그가 만든 ‘영웅의 한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있다.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슬픔은 이제 만화 역사 속 한 장면을 넘어, 영웅의 정체성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지는 상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