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라벨리 대 본타(Mirabelli v. Bonta) 사건에서 캘리포니아 주의 비밀 성전환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부모 동의 없이 학생의 성정체성을 변경하도록 한 정책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첫 판결로, 인권 보호와 교육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판결은 1925년 피어스 대 시스터즈(Pierce v. Society of Sisters)와 1923년 메이어 대 네브라스카(Meyer v. Nebraska) 판결을 계승한 것으로, 부모의 양육권과 학생의 인권 보호가 충돌할 경우 법적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법관 카간의 지적: ‘정당한 절차’가 필요한 이유

대법관 엘레나 카간은 이 판결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비상대응 절차(emergency docket)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미 수개월 전부터 검토할 수 있었던 정당한 절차(merits docket)를 통해 다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카간은 특히 2025년 11월부터 대기 중이던 푸트 대 러들로 학교위원회(Foote v. Ludlow School Committee) 사건에 주목했다.

카간은 “이 사건은 미라벨리 사건과 거의 동일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학생의 성정체성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학교에서만 관리하도록 한 정책이 부모의 기본권(실질적 due process)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푸트 사건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푸트’ 사건 기각의 배경: 왜 대법원은 침묵했나?

카간은 푸트 사건에 대한 심리를 요청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2026년 3월 2일 푸트 사건을 기각(denied certiorari)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라벨리 판결 이후 다섯 차례나 ‘재심사(re-list)’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일이다.

카간은 푸트 사건이 기각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토록 상세한 반대의견을 제시했을까? 이는 대법원 내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충분한 지지 기반이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카간은 judicial restraint(사법적 자제)를 강조하며, 대법원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비상대응 절차’를 통해 신속한 판결을 내리는 것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푸트’ 사건의 의미: 앞으로의 전망

푸트 사건이 기각되면서, 미국 내 유사한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법적 분쟁은 당분간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약 40건 이상의 유사한 사건들이 대기 중이며, 일부 항소법원은 이미 유사한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한 상태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각 주와 학구는 자체적인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이 사건이 미라벨리 판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연방 대법원이 부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각 주와 학구가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그레이 존’이 확대된 것이다.

“대법원이 비상대응 절차를 통해 신속한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인권과 부모의 권리가 걸린 중대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엘레나 카간 대법관

향후 전망: 연방 대법원의 역할 재정립 필요

미라벨리 판결은 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의 성전체성을 변경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었지만, 푸트 사건의 기각은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들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법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법원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각 주와 학구가 자율성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푸트 사건의 기각은 미라벨리 판결의 영향을 받은 학생과 부모들에게는 일종의 ‘ половин된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연방 대법원이 부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