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AI(인공지능) 기술 선점을 위한 군사경쟁에 돌입했지만, 상호 불신으로 인해 협력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모순적 상황이 현대 국제정치의 위험한 교착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AI 관련 전용 소통 채널 설계를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AI 기술이 양국 간 갈등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 기술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AI가 첩보 활동과 사이버전 수행에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은 경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협력과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은 그동안 AI 기술과 장비 수출 통제 정책을 통해 중국 AI 개발을 제재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반도체 수입만 차단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한 쪽이 AI 개발을 늦추더라도 양국이 공격용 AI를 무규제 상태로 운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의 ‘심볼릭 AI’와 같은 중국 AI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경쟁력을 갖추면서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중국이 대규모로 미국 AI 모델을 표절·복제하는 산업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흥미롭게도 양국은 AI를 사이버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실험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AI 무기 규제 요구는 일종의 ‘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안보 딜레마 속에서 상대방의 신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양국의 국내정치적 문제도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미국 AI 기업들은 정부 규제 가이드라인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규제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규제 불확실성은 미국이 중국과 협상에서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직 미국 국무부 관료이자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인 멜라니 하트는 “AI는 중국을 논의에서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면서도 “지난 Biden 행정부 시절 중국은 AI 보안 논의를 정보 수집용으로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AI 기술 전문지식이 없는 외교부 인력을 파견했다는 점도 신뢰 저하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는 협상 중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 AI 정책의 혁신적 전환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AI 안전 논의를 위한 후속 협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