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취업 알선’ 현상, 왜 늘고 있는가?

실업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유령 채용’으로 대표되는 취업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직자들은 더욱 고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유독 한 그룹은 상대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듯하다. 바로 아내의 도움을 받는 남성들이다.

기자 겸 작가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자신의 서브스택 ‘컬처 스터디(Culture Study)’에서 남편의 취업을 대신 알선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페미니즘과 진보적 성향의 독자층을 보유한 그녀의 플랫폼에서 이러한 요청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이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묻자, 수많은 공감과 함께 페이스북 그룹의 스크린샷 등이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왜 여성들은 남편의 취업 알선을 서는가?’라는 주제로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사회적 네트워크와 성역할의 교차점

피터슨은 이 현상의 원인을 몇 가지 사회 구조적 요인으로 분석했다. 첫째, 많은 경우 여성의 사회관계망이 남성보다 더 견고하다는 점이다.其二, 특히 백인 남성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인색하다는 특징이 있다. 셋째, 일부 여성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남편의 취업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이 모든 동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남성 고립 현상’이다.

피터슨은 “이것은 남성 고립 현상과 같은 맥락”이라며 “사회가 남성에게 더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는 여성에게 문제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강요해왔으며, 남편의 실업으로 인한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과잉 기능’ 여성과 ‘저기능’ 남성의 딜레마

반다비트 대학교 관리학과 조교수 제시카 A. 케네디(Jessica A. Kennedy)도 피터슨의 분석에 공감했다. 그녀는 “과잉 기능하는 여성과 저기능하는 남성 간의 동학”을 지적하며, 성별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케네디는 여성들이 배우자의 실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피해를 인식하고, 사회화된 ‘돌봄 역할’을 수행하려 할 때 과도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녀는 또한 ‘관계적 자기 구성(self-construal)’ 이론을 언급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을 독립적으로가 아닌 관계 속에서 정의하는 경향을 말한다. 케네디는 “여성이 이 지표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이며, 관계에 대한 위협을 남성보다 더 강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즉, 남편의 실업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위기로 인식되는 것이다.

과연 해결책은 있는가?

이 같은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 더 적극적이 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여성의 과도한 돌봄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고용주와 정책 입안자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등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피터슨은 “이 문제는 단순히 ‘여성이 남편을 위해 일하는가’가 아니라, 사회가 남성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네트워크의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된다면, 비단 취업 알선뿐만 아니라 가정 내 역할 분배와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