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발표할 때면 주가가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블록(Block)이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주가가 상승했고, 스냅(Snap), 메타(Meta), 아마존(Amazon)도 몇 달 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기업이 공통으로 내세운 이유는 ‘AI’였다.
주주 압박에 시달리는 CEO들에게는 이보다 명확한 시나리오가 없다. ‘AI’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인력을 감축하고 주가가 오르면 그만이다. 나는 한때 CEO로 재직하며 해고당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포춘 500대 기업의 HR 및 복리후생 책임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 수립과 실행, 그리고 재정비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나는 fellow CEO들에게 AI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기 전에 신중히 검토하라고 경고하고자 한다.
‘AI 구조조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골드만삭스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사의 11%만이 AI로 인해 인력을 감축했다고 응답했으며, 링크드인(LinkedIn)의 채용 데이터에서도 AI가 채용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진행된 대부분의 구조조정은 2021~2022년 과도한 채용, 경기 침체, 소비 수요 감소, 실패한 제품 전략 등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같은 이유가 실적 발표장에서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AI’라는 단어는 훨씬 그럴듯한 narrative로 작용한다.
테크 투자자 테런스 로한(Terrence Rohan)은 최근 인터뷰에서 “AI를 언급하면 블로그 포스트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악당’으로 비춰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구조조정의 진짜 원인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narrative에 불과한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신의 구조조정 스토리’는 주가 상승보다 훨씬 멀리 퍼진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의 진정성을 둘러싼 문제
나는 직접 해고를 경험해봤기에, 강제 퇴직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quarterly 보고를 위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 CEO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 결정을 내리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구조조정의 배경을 설명할 때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모든 직원에게 구조조정의 의미를 기억하라
구조조정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퇴직하는 직원들에게는 단순히 직장과 소득을 잃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건강보험, 생명보험, 퇴직연금, 장애보험 등 필수적인 안전망을 잃고, 일상생활의 루틴과 목적의식, 커뮤니티까지 잃게 된다.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어떤 팀이 해고됐고, 그들이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불안해하며 주시하고 있다.
시장과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스토리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메시지가 된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이유와 해고된 동료에 대한 대우는 직원들의 사기(士氣)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EO가 진정으로 고려해야 할 것
- AI는 진짜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AI가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사용되지만, 실상은 과도한 채용, 경기 침체, 실패한 제품 전략 등 다른 요인이 클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해고의 고통을 최소화하라: 구조조정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 퇴직자에게는 충분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 남은 직원들의 신뢰를 지켜라: 구조조정의 배경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남아 있는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장기적 비전과 연결하라: 구조조정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이를 회사의 장기적 비전과 연결 지어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AI’나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직원들은 회사의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CEO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결정의 배경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는 회사의 미래와 직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AI라는 buzzword에 의존하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을 통해 회사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