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는 실시간 진행이라는 설정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하나의 공간(ER)에서만 펼쳐지는 독특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주인공 로비가 샘이라에게 했던 말처럼, 이 드라마는 ‘벽을 보호막처럼 여겨라. 아무것도 들여보내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따르며, 시즌 프리미어와 피날레에서만 그 보호막이 무너지며 현실이 스며든다.

이 때문에 시즌 2의 피날레에서 휘태커가 퇴근하며 밝은 표정으로 사라질 때, 관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가 에이미와의 친근한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지만, 그녀의 아기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아무렇지 않게 운전석에 앉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우리는 이 의사들이 ER 밖에서도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삶을 실제로 목격하는 순간은 마치 환상을 깨뜨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환상은 로비에게도, 관객에게도 동시에 깨어진다.

시즌 내내 그가 숨기고 있던 고민이 마침내 터져 나온다. 그는 젊은 시절, 결혼해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시간도, 적합한 사람도 찾지 못했고, 이제 50대에 접어들어 홀로 living하며 오로지 일로만 정의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체성인 것은 두렵다. ER 외에 그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이 revelation은 로비의 불안감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의 제이크와의 불화, 놀리와의 애매한 관계, 콜린스와의 복잡한 과거, 그리고 지난 시즌 콜린스의 낙태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 로비가 자신의 집을 ‘스윙잉 bachelor pad’라고 농담했던 장면은 그저 유치한 농담으로 느껴졌지만, 휘태커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지은 씁쓸한 표정은 그 이면의 깊고도 후회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 지난주까지의 반복과 지연이 한순간에 tangible하고 구체적인 감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로비의 훌륭한 장면으로 가득 차 있지만, 특히 이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로비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상대인 샘이라는 인물에게는 이 장면이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로비의 slow-burning한 고뇌는 시즌 내내 화면에 담겼지만, 샘이라는 인물의 고뇌는 훨씬 주변부에서 다루어졌다.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와의 연락을 끊었다는 사실조차도 화면 밖에서 처리되었다.(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Variety가 수프리야 가네시가 다음 시즌에서 하차한다고 보도하면서, 샘이라는 인물이 로비의 foil로서 동등한 비중을 가질 의도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는 로비의 거울과 같은 존재로, 직업에 대한 헌신으로 개인 생활을 희생할 위험에 처한 동료인 것이다.

출처: AV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