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도달했지만 허전했던 20대 후반
미국 뉴욕 할렘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2025년 12월 10일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스펜서 플랫/게티이미지
데본 프리츠(Devon Fritz)는 20대 초반부터 ‘정상’의 삶을 향해 달렸다. 세금 계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며 집, 아이, 재정적 안정을 차근차근 이뤄나갔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미래 20년을 예측해보았고,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목표를 이룬 것 같았지만, 오히려 허전함만 느껴졌다"며 "주변 동료들도 비슷했다. 좋은 급여와 복지 혜택을 누리지만, 아무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프리츠는 달랐다. 그는 더 의미 있는 삶과 커리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적 알트루이즘과 만난 순간
2015년 독일에서 발생한 난민 위기 당시 프리츠는 réfugié(난민) 지원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비효율적이고 느린 비영리 조직의 시스템에 실망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그는 ‘효과적 알트루이즘(Effective Altruism, EA)’을 접했다. EA는 ‘가장 큰 선’을 만들기 위해 엄격한 증거와 비용-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기부나 행동을 결정하는 철학이다. 예를 들어, 한 달러가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기념품 tote bag을 사는 데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A는 이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언제나 가장 큰 긍정적 영향을 창출할 수 있는 선택을 추구한다.
프리츠는 EA의 철학에 공감했고, 이후 커리어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정말 중요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라는 EA식 질문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 결과로 탄생한 책이 바로 《고효율 전문가의 플레이북(The High-Impact Professional’s Playbook)》이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도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좋은 선택’이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프리츠의 책에서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반사실성(counterfactuality)’이다. 이는 ‘만약 내가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한 행동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원한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개념은 프리츠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개인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프리츠는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특정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일’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고효율 영향력을 위한 다섯 가지 전략
- 1. 반사실성 분석하기: 자신이 한 행동이 없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 2. 기회 비용 고려하기: 시간, 돈,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다른 선택지와의 비교를 통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
- 3. 장기적 관점 갖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교육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4. 협업과 네트워킹: 혼자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면, 유사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협력한다.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 5. 지속 가능한 선택하기:Burnout(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우선시하면서도, 동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프리츠는 "영향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시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EA의 냉정한 접근법이 때로는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핵심은 모든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특정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일’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
— 데본 프리츠, 《고효율 전문가의 플레이북》 저자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실천 방법
프리츠의 책은 EA 철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 핵심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다. 그는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복잡한 계산이 아니라, 단순히 좋은 일을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도 자신의 업무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고, 더 큰 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프리츠는 "자신의 커리어와 인생을 재정비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영향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