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망 안전감시기관이 58년 만에 최고 수준 경고 발령
미국과 캐나다의 전력망을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 북미전기신뢰위원회(NERC)가 58년 역사상 세 번째로 심각한 3단계 경고를 발령했다. 이 경고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됐으며, 데이터 센터 가동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NERC는 “향후 4년간 데이터 센터 등 컴퓨팅 부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 같은 위험은 즉각적인 산업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NERC의 이 같은 조치는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니언 오브 컨선드 사이언티스트(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리 쇼버(Lee Shaver) 수석 에너지 분석가는 “이번 NERC의 경고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고 발령 배경에는 지난주 버지니아와 텍사스에서 데이터 센터가 잇따라 가동 중지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태는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로 해석됐다. NERC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와 데이터 센터 확장이 전력망에 부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과 데이터 센터 확장이 전력망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매우 높고, AI·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남부 지역은 현재 심각한 폭우가 이어지고 있으며, 필리핀의 마욘 화산 분화로 thousands 명이 대피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력 수요는 더욱 치솟고, 공급망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단 ‘뒷거래’ 수사 착수
한편, 캘리포니아 에너지기관은 ‘골든 스테이트 윈드(Golden State Wind)’라는 해상풍력 개발업체를 상대로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행정조사 명령을 내렸다. 이 업체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단’ 정책의 일환으로, 모로 베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대가로 1억 2천만 달러(약 1,600억 원)의 보상금을 받은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최초의 해상풍력 사업으로, 태평양 연안의 급격한 대륙붕 경사를 고려해 부유식 터빈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뒷거래’로 인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같은 보상금 지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기관장 데이비드 호흐실트(David Hochschild)는 “이 정부는 taxpayer dollars를 낭비하며 혁신을 후퇴시키는 ‘뒷거래’를 일삼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 같은 지출의 실체를 즉각 규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taxpayer dollars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돼야지, 사업을 없애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부 전력시장 통합, ‘에너지 거래 혁신’ 한 단계 진전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전력운영기관(CAISO)은 서부 지역 전력시장 통합의 일환으로 ‘확장형 전일 ahead 시장(Extended Day-Ahead Market)’을 가동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캘리포니아의 민간 소유 공익사업자와 ‘PacifiCorp’를 포함해 총 2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서부 6개 주에 걸쳐 전력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CAISO는 “서부 지역은 다양한 재생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역 간 전력 거래 확대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망 안정화 위한 종합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NERC의 경고가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센터의 급격한 성장과 기후 변화로 인한 수요 급증, 그리고 공급망 불안정성이 맞물리면서 전력망의 안정성이 increasingly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 부문은 전력 인프라 현대화, 재생 에너지 확충, 그리고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효율화와 지역 간 협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