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전쟁 발발 이후 갤런당 1달러 이상 오르며 4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차량 운송뿐만 아니라 항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항공유 가격은 약 2배 가까이 뛰었고, 미국 항공사들은 지난해 3월 연료비로 전월대비 56%나 지출했다(미국 교통통계국 기준).
이 같은 유가 폭등은 전기차 열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항공업계에서도 지속가능 항공 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 도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SAF는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연료비 안정화에도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AF, 항공업계의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
유나이티드항공의 CEO 스콧 커비는 “SAF는 단순히 기후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유는 항공사에게 가장 큰 비용이자 가장 변동성이 큰 항목”이라며 “이 같은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커비는 기후 변화에 관심이 많은 ‘클라이밋 지크’로도 잘 알려진 인물로, 오랫동안 SAF를 항공업계의 미래로 주목해왔다. 그는 SAF가 배출 감축과 연료 공급 안정화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SAF 제조사인 XCF 글로벌의 CEO 크리스 쿠퍼도 “SAF는 배출 감축과 항공 추진력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연료 안보를 강화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노출을 줄인다”고 밝혔다.
XCF 글로벌은 네바다주 리노에 위치한 정유 시설에서 국내 폐기물을 원료로 SAF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상품인 항공유를 지역적으로 안정화된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AF 보급 확산, 아직은 걸음마 단계
그러나 SAF는 아직 항공사들의 연료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유나이티드항공은 SAF 생산에 50억 갤런 이상을 투자했지만, 2024년 12월 기준 전체 연료 사용량의 약 0,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커비는 SAF 보급 확산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 SAF에 대한 세금 공제와 보조금을 제공하며 SAF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해 세금 공제가 갤런당 1.75달러에서 1달러로 축소되면서 SAF 산업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 흔들리는 항공사들의 기후 목표
정치적 환경 변화는 항공사들의 기후 목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 4월 웹사이트에서 ‘2030년까지 연료의 1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삭제했다. 뉴질랜드항공도 2024년 2030년까지의 기후 목표를 폐기했다. 커비는 “많은 항공사들이 2030년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시한”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는 SAF 보급 확산을 위해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SAF 전환은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풍력과 태양광 산업에서와 같은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