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말고 확인하라’: 과학의 기본 원칙이 세상을 바꾼다

‘Nullius in verba’(믿지 말고 확인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과학 아카데미인 영국 Royal Society의 공식 모토다. 이 말은 권위, 관습, 또는 전통에 의존하지 말고 증거와 실험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라는 과학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최근 헬렌 피어슨의 신간 ‘Beyond Belief: How Evidence Shows What Really Works’는 이 ‘증거 혁명’이 현대 사회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생생히 조명한다.

권위의 함정: 스포크의 아동 수면법 오류가 초래한 비극

과학적 근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소아과 의사 벤저민 스포크‘The Common Sense Book of Baby and Child Care’다. 스포크는 1958년판에서 유아Sudden Infant Death Syndrome(SIDS) 예방을 위해 아기를 엎드려 재우도록 권장했다. 당시 그는 권위 있는 소아과 의사 폴 울리 주니어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조언은 katastrof를 초래했다. 엎드려 자는 아기가 SIDS로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다는事实证明이 쌓였음에도, 스포크의 권위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1990년 연구에서 SIDS 사망 아동의 90%가 엎드려 자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보건 당국은 아기를 등을 대고 재우도록 권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SIDS 사망률은 70%나 감소했다.

"스포크와 다른 이들에게서 나온 엎드려 재우기 권고는 유아 건강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근거 없는 조언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 헬렌 피어슨

의학 혁명: ‘근거 기반 의학’의 등장

‘근거 기반 의학’이란 용어는 이제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 개념은 35년도 되지 않았다. 피어슨은 이 용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의학계에서도 많은 결정이 개인의 경험이나 권위 있는 인물의 의견에 의존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치료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도구가 바로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다.

RCT는 참여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새로운 치료를, 다른 그룹에는 위약 또는 표준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며, 편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피어슨은 RCT 또한 설계상의 문제, 참여자 수 부족, 부정적 결과의 미보고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랜싯》에 실린 한 논문은 의학 연구의 85%가 잘못 설계된 연구, 부정적 결과의 미보고, 치료법 적용 방법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근거의 위기: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거짓’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통계학자 존 이오아니디스‘왜 발표된 연구 결과의 대부분은 거짓인가?’라는 파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연구 설계의 결함, 통계적 오류, 출판 편향 등으로 인해 많은 연구 결과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설립된 코크란 콜라보레이션(Cochrane Collaboration)은 전 세계 연구자들과 임상의사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뷰와 메타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증거 혁명의 확장: 의학을 넘어 교육, 경찰, 보존까지

피어슨은 ‘증거 혁명’이 의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육, 경찰, 환경 보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경찰의 ‘범죄 예방 프로그램’도 과거에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무작위 대조 시험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만 채택되고 있다. 환경 보호 분야에서도 ‘어떤 보존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제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방법만이 사용되고 있다.

피어슨은 이 책에서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증거를 확인하라’는 과학의 기본 정신을 강조한다. 그녀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우리는 여전히 스포크의 아동 수면법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 정보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이제 우리는 ‘증거’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출처: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