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리조나주에서 식품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SNAP, 식품지원제도) 수급자들이 새로운 자격 요건으로 인해 혜택을 잃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안이 지난해 7월 통과되면서 SNAP 예산이 10년간 1억 8,700만 달러(약 2,500억 원) 축소되었고, 전국적으로 350만 명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새로운 규정은 만 18~64세의 부양가족 없는 성인에게 매달 80시간(주 20시간)의 근로를 요구한다. 아리조나는 이 규정을 신속히 적용하기 위해 서류 제출량을 늘리고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기준, 아리조나 SNAP 수급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 급감했으며, 이 중 20만 명은 아동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로 정작 자격이 있는 이들도 혜택을 잃고 있다. 트리플 H(가명) 씨는 두 자녀를 둔 싱글맘으로, 지난 3개월간 SNAP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매주 식량 은행에 가야 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며 “덜 먹고, 냉동식품만 먹게 됐다”고 NBC News에 밝혔다.

트리플 씨는 아리조나주 경제안전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결국 추가 서류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이 ‘정기적 수입’이 아니라는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도 없이 혜택이 끊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아리조나주는 지난해 7월 400명의 직원을 해고한 후 SNAP 오류율 규제에 따른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 트럼프 예산안에 따르면, 각 주는 오류율을 6.6%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체적으로 SNAP 혜택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아리조나의 2024년 오류율은 8.8%로, 2025년에는 1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오류율을 낮추지 못할 경우 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2억 800만 달러(약 3,8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수급자 감소와 오류율 규제로 인해 식량 지원 수요는 급증했지만, 실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리조나 최대 식량 은행인 세인트 메리스 푸드 뱅크는 주 내 수요가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지난 1년 사이 수요가 25%까지 치솟았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걸러내고 있다. 이는 사회 안전망의 근본 취지에 반하는 일이다.”
— 세인트 메리스 푸드 뱅크 밀턴 리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