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떠오른 ‘휴그 호건: 리얼 아메리칸’은 4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프로레슬링 아이콘 테리 볼레아(휴그 호건)의 복잡하고 messy한 이면을 파헤치겠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다큐는 WWE가 후원하는 ‘선별된 역사’를 재현하는 데 그치며, 2024년작 ‘미스터 맥마흔’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큐는 총 5시간에 달하는 분량 동안 휴그 호건을 끊임없이 ‘희생자’로 묘사한다. 그가 성장한 시대, 가정환경, 스타로서의 압박, 세월의 흐름 등 모든 변명이 호건의 인종차별, 스테로이드 사용, 동료 레슬러들의 커리어 파괴 등 그가 평생 저지른 심각한 잘못들을 덮는 데 사용된다. 특히 2023년 ‘구원’을 받았다는 호건의 변명만으로는 그가 평생 저지른 피해가 지워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다큐의 접근은 한계가 뚜렷하다.
다큐는 호건의 잘못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듯하다가도 매번 ‘그 당시엔 다들 그랬다’, ‘사업상 필요했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등 한두 마디 변명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의 인종차별 발언, 전 아내 린다와 그녀의 새 남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위협(롤링스톤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등 혐오스러운 일화들은 제시되지만, 호건에게 반론을 제기하거나 진실을 파헤치는 시도는 거의 없다. 다큐는 호건에게 ‘마지막 말’을 줄 뿐, 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를 거의 배제한다.
심각한 누락도 문제다. 다큐는 호건의 커리어와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생략해 그가 ‘최선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호건의 스타덤이 그가 제시 벤투라의 노조 결성을 WWE 측에 밀고한 덕분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Вінс 맥마흔에게 ‘노동권 억압’에 기여한 대가로 얻은 ‘특혜’였다. 또한, WCW에서 그가 행사한 프로듀서 권한과 질투심으로 인해 WCW가 몰락한 사실, TNA에서의 활동, 11년간 지속된 두 번째 결혼 생활(2007년 첫 이혼 후 2023년 재혼까지의 공백)도 간과된다. 무엇보다 그의 장녀 브룩 호건이 다큐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브룩은 과거 아버지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결국, ‘휴그 호건: 리얼 아메리칸’은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약속을 내세웠지만, 정작 호건의 잘못을 ‘선별적으로’ 재구성하며 ‘편향된 역사’를 재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큐는 호건의 ‘희생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그가 평생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