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케플 DAO(Kelp DAO)-레이어제로(LayerZero) 해킹 사건으로 인해 디파이(DeFi) 생태계에 심각한 신뢰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디파이램마(DeFiLlama)에 따르면 이번 해킹으로 2억 9300만 달러(약 3800억 원)가 유출되면서 디파이 역사상 10번째로 큰 손실로 기록됐다. 지난해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약 13억 달러 규모)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그 여파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2022년 거대 암호화폐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비트코인이 1만 6000달러까지 폭락하던 당시보다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지난주 소폭 반등했지만, 개발자와 투자자들은 디파이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디파이 신뢰위기의 핵심 원인
이번 해킹은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 디파이 기술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 암호화폐 투자자 존 우(Jon Wu)는 “디파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마치 원자적 조합성(atomic composability)이라는 이상이 오류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개자 없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디파이의 목표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솔라나 재단 소속의 세라핌 츠체크(Seraphim Czecker)는 “이번 사건이 디파이의 ‘르하만 모멘트(Lehman moment)’와 같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연상시켰다.
보안 취약성 지적과 기술적 한계
디파이 개발자들은 기술의 위험 프로파일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 사이먼 데딕(Simon Dedic)은 “보안은 디파이에서 가장 underfunded되고 흥미롭지 못한 분야 중 하나”라며 “디파이가 중개자 위험을 없애고 금융을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와 달리,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해킹은 케플 DAO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해커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훔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고, 에이브(Aave)와 같은 대출 프로토콜에서 담보로 활용했다. 에이브의 경우 예금이 지난 7일간 40% 급감하며 ‘최대 디파이 프로토콜’ 자리를 리도(Lido)에게 내줬다.
다각적 대응과 파장
해커는 케플 DAO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일시 중단한 덕분에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해커는 훔친 11만 6000개의 rsETH와 40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에테리움과 아비트럼 네트워크에서 대출받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아비트럼의 보안위원회는 약 3만 1000개의 이더리움(7200만 달러 상당)을 동결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비트럼의 스티븐 골드페더(Steven Goldfeder) 설립자는 “이 결정은 아비트럼 거버넌스 역사상 가장 복잡한 사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리프 그린(Griff Green) 보안위원회 멤버는 “이 같은 조치를 내리기까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디파이 생태계가 기술적 한계와 보안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자와 투자자들은 기술 혁신과 보안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