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방장관 야샤르 귈러(Yaşar Güler)가 2026년 5월 5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SAHA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일디름한(Yıldırımhan)’ 미사일 모델 앞에 서 있다. (국방부 영상 캡처, 유튜브)

지난주 전 세계가 주목한 한 사건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국제 질서의 변화상을 상징했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의 정전 협상 여부나 미 정부가 공개한 UFO 문서release가 주목받는 가운데, 오히려 터키가 2026년 5월 이스탄불에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일디름한’을 공개한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녔다.

오스만 제국과 터키 민족주의가 결합된 디자인

이번 전시된 프로토타입 미사일에는 터키의 건국자 케말 아타튀르크의 서명과 오스만 제국의 술탄 바예지드 1세의 투그라(서명 문양)가 새겨졌다. 바예지드 1세는 ‘벼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15세기 초 아나톨리아를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고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했으나, 티무르에게 패퇴한 후 포로로 생을 마감했다.

‘일디름한(Lightning)’이라는 이름의 이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도록 설계됐으며, 터키의 민족주의와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적 전통이 결합된 상징물로 해석된다. 이는 25년째 집권 중인 AKP가 추구해온 정체성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AI 홍보 영상 파문: 미국 공격 장면 등장

미사일은 아직 실전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터키 국방부가 공개한 AI 홍보 영상에서는 이 미사일이 ‘미국 내 핵시설과 주요 목표물을 공격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피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이를 보도하며 국제적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터키 국방장관 야샤르 귈러는 미사일이 deterrence(억지력)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강조하며, AI 영상에 대한 인지 여부를 명확히 하지 못했다.

실제 성능은 제한적… 미국 공격 가능성은 희박

전문가들은 ‘일디름한’이 ICBM으로 분류되기엔 사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AI 영상에서 묘사된 것처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며, 캐나다 뉴펀들랜드·래브라도 해안 지역이 비상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사일은 단일 단계에 액체연료를 사용해 즉각적인 타격 능력도 없으며, 적의 선제공격에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ICBM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5,500km 이상의 사거리가 필요하지만, ‘일디름한’의 사거리는 이보다 훨씬 짧다.

터키의 ICBM 테스트 한계: 소말리아 우주기지 건설 가능성

터키는 현재 ICBM 실전 테스트가 불가능한 상황이다.Black Sea(흑해)의 최대 사거리는 약 1,170km에 불과해 ICBM 테스트를 위해서는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발사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ICBM을 테스트할 때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일부에서는 터키가 소말리아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일디름한’은 터키의 군사적 야심과 민족주의적 정체성 표출의 상징이지만, 실제 군사적 위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 같은 기술 개발이 글로벌 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