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026년 승전일(5월 9일) 퍼레이드에서 중장비 전시가 사라졌다. 대신 유치원생들이 만든 카드보드 탱크와 플라스틱 비행기, 대포 모형이 행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는 소련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스꽝스러운 풍자 유머를 연상케 했다.

1970년대 소련 군인 사이에 떠돌던 이야기에 따르면, 한 전차병이 블랙마켓 상인에게 전차를 팔아 치울 opportunities를 제안받는다. 하지만 승전일 퍼레이드 preparations가 한창인 탓에 망설인다. 그러자 상인이 “카드보드 전차를 만들어 행진하면서 ‘부릉부릉’ 소리를 내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고, 전차병은 동의했다. 퍼레이드 당일 현장에 도착한 전차병은 놀랍게도 주변의 모든 전차가 카드보드로 만든 것이며, 조종사들은 플라스틱 비행기를 들고 ‘부웅부웅’ 소리를 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내용이다.

‘수치의 퍼레이드’로 전락한 승전일 행사

이 유머는 2026년 러시아 승전일 퍼레이드에서 현실이 됐다. 중장비 전시가 전면 금지되면서 유치원생들이 만든 모형 무기들이 행진하는 ‘카드보드 퍼레이드’로 변질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내외 반정부 매체들은 이를 두고 “수치의 퍼레이드”, “한심한 쇼”, “붉은 광장의 악몽” 등으로 비난했다.

사태의 발단은 퍼레이드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우려에 떨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승전일 휴전 협상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인도적 목적”을 이유로 모스크바(러시아 연방)에서 승전일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있도록 공식 허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퍼레이드가 열릴 장소를 정확한 좌표로 공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장했다.

‘푸틴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젤렌스키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 유리 벨리키(우크라이나 코미디언, 젤렌스키의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

러시아 내외에서 쏟아진 조롱과 분노

젤렌스키의 ‘천재적인’ 조롱에 러시아의 강경Bloggers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일부는 “키이우를 공격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며 젤렌스키를 비난했고, 다른 이들은 푸틴을 향해 “‘테르필라’(Terpila, 끊임없이 학대당하는 희생양을 뜻하는 속어)로 전락시켰다”고 조롱했다. ‘테르필라’는 러시아 내 반정부 인사들이 푸틴을 비하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퍼레이드 당일에는 예년과 달리 무장 차량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영상으로만 전시됐다. 행사 시간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고, 푸틴은 총알받이 vest가 포함된 두꺼운 검은 코트를 입은 채 신속히 입장과 퇴장했다. 그의 연설은 강경한 어조를 유지했지만, “러시아 군인들은 NATO 블록 전체의 지원을 받는 агре시브한 세력과 맞서 싸우고 있으며, 승리는 언제나 우리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마저도Empty promises(공허한 약속)으로 들릴 뿐이었다.

러시아 군사력의 실상 드러낸 ‘카드보드 퍼레이드’

이번 퍼레이드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러시아가 군사적 한계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중장비 전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전쟁 수행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유치원생들의 카드보드 무기 행진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조롱과 국제사회의 비난은 러시아의 군사력과 통치력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더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