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매년 약 1억 3천만 마리의 돼지가 식용으로 사육된다. 이들은 모두 ‘종돈’으로 불리는 부모 돼지들로부터 태어난다. 그러나 이 종돈들은 평생을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지내야 한다.

‘분만용 우리’는 임신한 돼지(암퇘지)를 가두는 시설로, 돼지가 몸을 돌리거나 걷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협소하다. 돼지는 사회적이며 지능이 높은 동물로, 이러한 환경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많은 돼지가 우리 철창을 물어뜯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며, 이는 만성 스트레스의 징후로 알려져 있다.

이 관행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었지만, 동물 복지 학자들은 이를 인간으로 비유해 “항공기 좌석에 평생 갇혀 사는 것과 같다”고 비판해왔다. 동물 복지 과학자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이 시설이 동물에게 주는 고통을 강조했다.

이 같은 관행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부 주에서는 법으로 금지 조치를 취했다. 2002년 플로리다주와 2006년 애리조나주 주민투표를 통해 분만용 우리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후 7개 주가 추가로 동참했지만, 이들 주는 대체로 돼지 사육 규모가 크지 않아 실효성은 제한적이었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의 선도적 역할

2016년 매사추세츠주는 분만용 우리 사용 금지뿐 아니라, 다른 주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라도 분만용 우리에서 사육된 경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이 법안은 무려 78%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2년 후인 2018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63%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들은 단순히 주 내에서의 사용만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주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라도 분만용 우리에서 사육된 경우 판매를 금지하는 ‘시장 접근 제한’ 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는 돼지 산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는 미국 내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반격: 의회 로비와 Farm Bill

돼지 산업계는 법정 투쟁과 로비를 통해 이 법들을 무력화하려고 했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를 상대로 수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연방 차원의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하원 농림위원회는 ‘Farm Bill’이라는 농업 법안에 분만용 우리 사용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의 주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제 이 법안이 상원 차원의 Farm Bill로 넘어가면서, 동물 복지 단체들과 시민들의 반대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동물 복지 단체 ‘Humane World for Animals’(필자 소속)에서 활동했던 경험에 따르면, 이 법안은 Industry-Friendly Farm Bill로 불리며, 동물 복지 기준을 후퇴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시민들은 주법이 시민 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통과된 만큼, 연방 차원의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선택: 동물 복지와 산업의 균형

분만용 우리 사용은 동물 복지 차원뿐 아니라, 소비자 인식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近年来, 많은 소비자들이 동물 복지 기준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돼지 사육업체들은 이미 분만용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기존 시스템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상원 차원의 Farm Bill이 통과될 경우, 동물 복지법과 산업계의 균형이 어떻게 조절될지 주목된다. 시민들의 목소리와 법정 투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출처: V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