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상한 공포’(elevated horror)라 불리는 장르가 공포 영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존 밸리 감독의 신작 ‘미국 인형집’은 전통 슬래셔의 정수를 되살린 ‘고기밥 슬래셔’로 돌아왔다. 밸리 감독은 “프시코, 페이핑 톰, 블랙 크리스마스 등 클래식 슬래셔의 미니멀리즘을 계승하며 현대적 아이디어를 담았다”고 밝혔다.

‘미국 인형집’은 사라는(헤일리 로렌 분)라는 여성이 가족의 집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는 이웃인 샌디(켈시 프리빌스키 분)의 위협으로 다시금 뒤흔들린다. 샌디는 그녀가 어머니가 시작했던 전통을 이어야 한다고 강요하는데, 이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가족과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메타포로 읽힌다.

가족의 집, 공포의 공간으로 재탄생

밸리 감독은 “가족의 집은 공포를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공간”이라며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며, 그 안에서 사회의 규범과 갈등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은 우리를 정의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욕망과 사회의 강요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샌디는 겉으로는 완벽한 이웃이지만 내면에는 어두운 비밀을 지닌 존재”라고 덧붙였다.

샌디의 공포: 트라우마의 물리적 형상화

켈시 프리빌스키가 연기한 샌디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녀는 사라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구체화된 존재로 설정됐다. 프리빌스키는 “샌디는 어린아이 같은 감정과 행동을 보인다”“어른들은 사회적 규범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지만, 샌디는 그런 제약 없이 순수한 공포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은 내게 ‘너는 곰 같다’고 말할 정도로 과감한 연기를 요구했고, 우리는 그 순간을 carefully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기밥 슬래셔’의 새로운 가능성

밸리 감독은 “우리는 전통 슬래셔의 틀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공포를 담아내고 싶었다”“가족의 집이라는 공간은 공포를 개인적이고 현실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의 불안감이 영화에 반영됐다”“우리는 모두 사회의 규범과 거짓말, 위선 속에서 살아가며, 그 속에서 공포가 자란다”고 덧붙였다.

“샌디는 겉으로는 완벽한 이웃이지만, 내면에는 어두운 비밀을 지닌 존재다. 그녀는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개인의 트라우마가 충돌하는 지점을 상징한다.” — 존 밸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