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토가 ‘비프’(Veep)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만화’에 비유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싶다. 훌륭한 만화에는 악당이 꼭 필요하듯, 현대 정치에도 ‘악당’이 등장한다. 문제는 그 악당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억만장자라는 점이다.

‘부자 증세’를 외치는 목소리는 진보 정치의 핵심 주장 중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해왔다. 그러나 지난 메트 갤라(超부자 파티)는 이 같은 주장 뒤에 숨은 또 다른 동기가 있음을 드러냈다. 바로 ‘증오’와 ‘혐오’라는 감정이다.

메트 갤라는 초호화 파티로, 올해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후원사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행사에서 벌어진 일들이 부자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깊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제프 베조스가 메트 갤라에 1천만 달러를 후원할 수 있다면, 당연히 세금을 공정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 —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민주당, 매사추세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독립, 버몬트)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트위터에 베조스의 재산과 지출을 비교하며 이같이 밝혔다.

  • 베조스 재산: 2,900억 달러
  • 메트 갤라 후원: 1천만 달러
  • 펜트하우스 구매: 1억 2천만 달러
  • 요트 구매: 5억 달러
  • 계획 중: 60만 명의 아마존 직원 해고 후 로봇 대체

“이것은Acceptable하지 않다.” — @SenSanders, 2026년 5월 5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당, 뉴욕) 또한 억만장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그는 코미디언 일라나 글레이저에게 “누구도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는 없다”며 billionaire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시장 독점, 법 위반, 노동법 남용, 저임금 지급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돈을 축적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들은 단순히 ‘공정한 세금’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billionaire는 ‘악마’로, ‘인간성 없는 자본가’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경제 현실을 무시한 채 부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다.

억만장자 = 악당?

제프 베조스가 세운 아마존은 millions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품 가격을 낮추며, 정보 접근성을 혁신한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마존은 전 세계 158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만화 속 악당’으로 전락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또한 혁신을 이뤘지만, billionaire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 크리스천 브리치기는 billionaire에 대한 혐오가 경제적 현실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자 = 악당’이라는 등식이 일상화된 데 있다. billionaire가 billionaire가 된 과정은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혁신과 고용 창출, 소비자 편의 증진 등 긍정적 영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의 ‘부자 증세’ 요구는 단순히 세금 정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그 배후에는 billionaire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건전한 토론 문화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출처: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