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관 새뮤얼 앨리토가 ‘선거권법’(Voting Rights Act) 규제를 사실상 폐기한 판결에서 허위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앨리토는 지난 5월 발표된 대법원 다수 의견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백인 유권자보다 투표 참여율이 더 높으며, 지난 5번의 대통령 선거 중 2차례에서 백인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앨리토는 이 같은 주장을 위해 법무부의 ‘친의견 brief’를 인용했는데, 해당 자료는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통계 방법론에 기반하고 있었다. 법무부는 루이지애나주에서 흑인과 백인 유권자 투표율을 계산할 때, 18세 이상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비율화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민권이 없거나 형사 처벌을 받은 이들을 포함하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유권자 참여율 측정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 참여율을 ‘유권자 자격 인구’(citizen voting age population)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표준이라고 지적한다. 가디언은 이 표준 방법론을 적용했을 때, 루이지애나주에서 흑인 유권자 투표율이 백인보다 높았던 것은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유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앨리토는 흑인과 백인 간의 투표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했다. 바락 오바마가 출마한 2008년 이후 세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 투표율이 백인보다 낮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에서는 2016년, 2020년, 2024년 선거에서 흑인과 백인 간 투표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브레넌 센터 포 저스티스의 케빈 모리스 연구원은 “앨리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지난 3년간 투표 격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유권자 참여율 전문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통계 조작은 고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유리한 수치를 내기 위해선 ‘투표 가능 연령 인구’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들은 유권자 참여율을 계산할 때 오차를 고려하지 않았고, 현재 인구 조사 자료의 방법론적 문제까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앨리토의 주장은 ‘선거권법’ 제2조 규제 완화로 이어졌고, 공화당이 주도하는 선거구 획정 작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우세한 흑인 다수 선거구가 대상이며, Republike당은 이를 통해 정치적 이점을 얻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