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나이 인증 시스템, 가짜 수염·AI로 뚫어내는 청소년들
‘가짜 수염으로도 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답은 ‘예’다. 영국에서는 2023년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도입하며 소셜미디어와 검색엔진 업체에 청소년 보호 조치를 의무화했다. 특히 나이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미성년자의 유해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려 했지만, 정작 기술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이를 clever하게 우회하는 방법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3분의 1의 청소년이 나이 인증 우회
영국 아동 온라인 안전 단체 Internet Matter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청소년의 약 33%가 나이 인증 장치를 우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인증 시스템은 주로 셀프 카메라 촬영이나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익명의 어머니는 12세 아들이 눈썹 연필로 수염을 그려 15세로 인증된 사례를 Internet Matters에 제보했다. 또 다른 부모는 “아이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나이 인증을 우회하도록 도왔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이었기에 안심하고 허락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대상 1,000명의 부모와 자녀 중 46%가 나이 인증을 ‘쉽게 우회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일부는 AI를 활용해 얼굴을 왜곡하거나 비디오 게임 캐릭터로 연령을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부모의 17%도 자녀를 돕는 ‘공범’
나이 인증 우회는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7%의 부모가 자녀의 나이 인증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 부모는 “아이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해 도와줬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이었기에 안심하고 허락했다”고 밝혔다.
한편, 나이 인증 시스템이 의도와 달리 오히려 청소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12세 아동은 “로블록스에서 얼굴 인식을 통해 같은 연령대와 채팅하도록 제한했는데, 정작 나는 15세로 인증되어 연상 그룹과 채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해 콘텐츠 노출, 시스템의 허점 드러내
나이 인증 시스템의 허점은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Internet Matters의 조사에 따르면, 약 48%의 청소년이 온라인상에서 피해를 경험했으며, 그중 11%는 비현실적인 체형 등이 노출된 콘텐츠를, 10%는 혐오 표현(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적 발언 등)을 접했다고 밝혔다. 또한 12%는 폭력 관련 영상을 우연히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찰리 커크 암살 관련 영상을 우연히 접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나이 인증 시스템이 청소년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고가의 나이 인증 시스템을 가짜 수염 하나로 뚫다니… 정말 어이가 없고 부끄러운 기술 실패 사례 중 하나야.”
— X(구 트위터) 사용자
이 같은 시스템의 허점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Milliarden(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시스템이 가짜 수염 하나로 무너지다니, 정말 웃기면서도 한심하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러한 시스템은 청소년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킬 뿐이다”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나이 인증 시스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영국의 나이 인증 시스템은 청소년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더 clever한 우회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시스템 오류로 인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 인증 시스템이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다중 인증(Multi-Factor Authentication)이나 행동 분석 기반의 인공지능 등을 도입해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부모와 교육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함께, 기술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