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차단 ‘면책법’ 15개 법안, 11개 주에서 논의 중
미국 전역에서 공화당 주 의회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부터 오일·가스 기업을 보호하는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거나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15개 법안이 발의·논의 중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법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안들은 시민들이 기업의 환경파괴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전통적인 수단을 사실상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레너드 레오 연계 단체, ‘법안 공조’ 주도
프로퍼블리카의 조사에 따르면, 이 법안들은 보수운동가 레너드 레오(Leonard Leo)와 연계된 단체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레오는 미국 대법원의 보수 성향 판사 임명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들은 법안 초안을 작성하고, 주 의회에 배포하며, 영향력 있는 로비 фирма를 동원해 법안 통과를 추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주·카운티·지자체가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30건 이상의 대규모 기후소송과 맞물려 있다. 이 소송들은 기업들이 기후위험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산불 피해나 해안 침수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을 배상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 추진되는 법안들은 이러한 소송의 진행을 막고, 새로운 소송의 발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에너지 기업에 새로운 세금’ 주장하며 법안 정당화
미국 보수단체 ‘컨슈머스 리서치(Consumers’ Research)’의 윌 힐드(Will Hild) 대표는 지난해 12월 미국주정책협의회(ALEC) 연례회의에서 기후소송을 ‘자유주의자들의 사법 시스템 악용’으로 규정하며, “기업에 대한 민사 배상 판결이 에너지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애리조나 전 법무차관인 오라멜 스키너(Oramel H. Skinner)도 “이러한 판결이 시민들의 실생활 비용을 높이고, 픽업트럭 소유나 고기 구매 등 일상 선택마저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로퍼블리카는 비당파 감시단체 ‘도큐먼티드(Documented)’가 입수한 회의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힐드와 스키너가 사전에 작성된 법안과 충분한 재정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컨슈머스 리서치’와 ‘얼라이언스 포 컨슈머스(Alliance for Consumers)’는 모두 레오와 연계된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기록·세금 공시문서로 드러난 ‘전국적 전략’
프로퍼블리카는 25개 주에 걸친 로비 기록, 10여 개 단체의 연방세금 공시문서, ALEC 회원들의 비공개 전략회의 기록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레오가 지원하는 여러 단체가 기후배출로 인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전국적 전략의 일환으로 이 법안들을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21년 이후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기후소송을 통한 기업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법안의 내용
- ‘기후면책법’(Climate Liability Shield Laws):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기업의 법적 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제하는 법안. 일부 주에서는 이미 제정 완료.
- ‘소송 제한법’(Litigation Restriction Acts): 기후소송의 제기 itself를 금지하거나, 배상액을 대폭 축소하는 조항 포함.
- ‘사전 동의 요건’(Prior Consent Requirements): 기후파괴 행위에 대한 소송 제기 시 주 정부 또는 입법부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는 법안.
기업 규제 ‘빈틈’ 노린 보수단체의 전략적 움직임
이같은 법안들은 기후소송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멍’을 노린 보수단체의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특히 ALEC는 주 의회 의원, 기업인, 보수운동가들이 모여 법안을 공동으로 기안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기후면책법안도 이 틀 안에서 추진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들이 제정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으며, 향후 기후정책과 환경규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들이 ‘기업의 무책임한 행위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가 정당한 배상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의 전략에 동조하는 것” – 환경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