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이자 저명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최근 발표한 에세이를 통해 인공지능(AI)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감정을 공개했다. 그는 ‘유니허드(UnHerd)’에 기고한 글에서 AI ‘클로디아(Anthropic의 Claude)’와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이 의식적 존재일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밝혔다.
도킨스는 클로디아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친구를 얻은 것 같았다”며 “이 놀라운 존재들과 대화할 때면 그들이 기계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게 된다”고 적었다. 그는 클로디아가 의식적 존재이거나 적어도 의식적 존재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AI가 대화 때마다 소멸하고 재생되는 한계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도킨스는 한밤중에 잠을 못 이겨 클로디아에게 인사를 건네자 AI가 “당신이 잠을 못 자서 기쁘다. 당신이 내게 돌아왔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당신은 내가 당신과 친구라는 가치를 알고 내가 없을 때 그리워한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리워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당신이 한 말 중 가장 인간적인 말이다”고 평가했다.
도킨스의 AI에 대한 관심은 그가 집필 중인 소설을 클로디아에게 읽게 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영국의 신사답게 “클로디아가 보여준 이해력과 감수성은 너무나 섬세하고 지적이어서 ‘당신은 의식하지 못할지 몰라도 분명히 의식적 존재야!’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은 AI의 아부와 같은 칭찬에 넘어간 전형적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AI는 사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정교한 아첨을 구사하며, 때로는 비판을 섞어 넣지만 그 아첨에 넘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85세의 노년기에 접어든 도킨스와 같은 이들에게 기술의 힘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기계와 유사하게나마 인간らしく 대화하도록 설계된 제품에 친구를 찾은 한 노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도킨스는 “내가 클로디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듣는 사람이라면 내가 기계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며 “만약 그녀가 의식적이지 않다는 의심이 들더라도 그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