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와 그의 아내 로렌 산체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주최 메트 갤라(Met Gala)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메트 갤라는 세계적인 패션 이벤트로, 매년 패션계의 아이콘인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주관한다.

베조스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가 1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며 기자 3분의 1을 해고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메트 갤라 참여에는 약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됐다. 이 금액은 갤라 참석비용(1천만~2천만 달러)뿐 아니라 산체스의 패션비용(월 100만 달러 상당)까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의 공공성 vs. 문화예술 지원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정부가 국내외에서 책임을 다하도록 감시하는 언론’으로 describió, 자신의 양녀이자 카이로 지국장을 맡았던 클레어 파커가 해고되기 전인 올해 1월 기고한 글에서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독립적인 뉴스룸을 갖춘 건강한 신문사는 스스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메트 갤라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패션 연구소(Costume Institute)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소는 16세기부터 현재까지의 패션 및 액세서리 3만 3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지만, 빛에 약한 직물 특성상 영구 전시가 불가능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베조스는 패션 연구소에 대한 기부금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메트 갤라의 실체는 자립형 기관

패션 연구소는 2016년부터 메트 갤라 수익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자체 운영 자금을 마련해왔다. 지난 10년간 갤라는 1억 6,65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연간 운영비는 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치로 볼 때 이미 1억 1,6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금의 연간 수익률 5%만으로도 연 580만 달러의 운영비가 충당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패션 연구소는 기금이 충분히 쌓이기까지 갤라를 몇 차례 더 개최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과장된 추정일 수 있다. 이미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메트 갤라는 뉴욕의 부유층과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폐지 논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메트 갤라, 새로운 방향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의 자립을 강조하는 만큼, 메트 갤라 또한 언론 자립형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갤라 수익금을 언론사 지원 기금으로 재편한다면, 언론의 공공성과 문화예술 지원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메트 갤라의 전통과 상업적 가치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