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2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불법 징수된 관세 최대 1,750억 달러(약 2,400조 원) 규모의 환급 절차를 공식화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프로그램으로, 33만여 개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관세 부담을 떠안았던 미국 소비자들은 이 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교수 저스틴 울퍼스는 Mother Jone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관세가当初 목표했던 성과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는 제조업 육성, 새로운 공장 건설, 정부 수입 증가, 통상 우위 확보 등을 목표로 했다”며 “하지만 제조업은 계속 축소됐고, 새로운 공장은 지어지지 않았으며, 정부 수입은 오히려 환급으로 줄어들었다. 새로운 통상 협정도 체결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관세는 아무런 긍정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울퍼스는 관세 환급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경제학 입문 강의에서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에서 우리는 원하는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원치 않는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한다”며 “이번 환급은 과거의 행위에만 연동돼 있어 기업들에게 아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할머니가 생일 선물로 돈을 보내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관세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던 소규모 기업(예: 에츠이에서 수공예 귀걸이를 팔던 개인 판매자)들은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비자들도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는 댈러스 경제클럽에서 “미국 국민이 환급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절차가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퍼스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트코가 올리브유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가 더 비싼 값을 냈다면, 이제 코스트코는 환급을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환급도 없다. 오히려 정부 재정은 줄어들어 결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관세 환급 후 가격 인하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예일대학교 버짓랩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채 환급을 받는 ‘이중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코스트코 고객들은 이 같은 관행에 반발해 슈퍼마켓 체인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코스트코가 소비자에게 관세 가격을 전가하면서 동시에 연방정부로부터 같은 관세에 대한 환급을 신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관세 환급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세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급이 경제적 공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