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나는 소설이란 불행한 결혼생활을 그린 작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읽었던 책들과 리뷰를 통해 얻은 결론이었다. 주인공은 때로는 영국인, 때로는 대학 교수, 때로는 기업인이었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결국 불행한 결혼생활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다.

이러한 소설들은 내가 존경하고 즐겨 읽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모습들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소설의 한계였다. 불행한 어른들의 이야기는 반복될 뿐,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똑같은 서사가 나를 짓눌렀다.

물론 나는 곧바로 미국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꿈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정체성 위기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해방감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기존의 소설들이 만들어낸 공간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 익숙한 틀을 깨는 소설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기대했던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숨 막히던 공간에서 벗어나 свободу를 느꼈다. 오랫동안 익숙한 디자인과 장식에만 집중하느라, 그 공간이 얼마나 답답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Def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