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앨라배마 주의 흑인 다수 선거구(Black-majority district) 하나를 무시한 채 새로운 의회 선거구 재획정안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오는 3월 예정된 예비선거를 앞두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소수파인 대법관 3명은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그중 소니아 소토마이어 대법관이 5페이지 분량의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결정이 ‘부적절하다’며 “대법원이 선거 일주일 전 주정부의 선거구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대법원이 선거구 재획정 명령을 무분별하게 폐기하고 흑인 투표권 dilution(희석)을 무시한 채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앨라배마주가 지난해 제14차 수정헌법(Fourteenth Amendment)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민주당 의석 위협받아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앨라배마주 공화당은 선거구를 재설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하원의원 7석 중 1~2석을 빼앗아갈 가능성이 있으며, 민주당 소속의 쇼마리 피규어스(Shomari Figures) 의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대법원이 ‘투표권리법(Voting Rights Act)’을 사실상 무력화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흑인 유권자들은 수년간 앨라배마주에서 흑인 다수 선거구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그 노력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짐 크로 법안으로 회귀’ 우려
앨라배마주 흑인 사회는 이번 결정이 인종차별적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NAACP(전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 데릭 존슨(Derick Johnson) 회장은 “우리는 짐 크로 법안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모든 이들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