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흡연 없는 세대’ 법안 통과…시장은 이미 변화 중
영국 의회가 2024년 4월 23일 ‘담배 및 전자담배 규제법안(Tobacco and Vapes Bill)’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 법안을 통해 ‘흡연 없는 세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 스스로 흡연율을 낮추고 있으며, 정부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주도적 혁신으로 흡연율 급감
영국에서 흡연율은 이미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영국 비흡연자 비율은 2011년 46.7%에서 2023년 63.2%로 상승했으며, 성인 흡연율은 2024년 10.6%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층 흡연율은 2011년 25.7%에서 2024년 8.1%로 급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전자담배와 같은 안전 니코틴 제품의 등장이 있었다. 영국 정부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약 95% 덜 유해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규제, 오히려 암시장 확산 우려
그러나 새로 통과된 법안은 전자담배와 같은 안전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장관에게 향신료, 포장, 광고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등 의회 심의 없이 규제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차량 내 흡연 금지(어린이 동승 시), 놀이터·학교·병원 내 흡연 금지 등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암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영국 담배 판매세 수입이 10% 급감했으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합법 시장에서의 담배 구매량은 45.5% 감소했지만, 흡연자 수는 불과 5% 감소에 그쳤다. 이는 이미 암시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소비되는 담배의 약 4분의 1이 불법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법적 도전도 잇따라…인권 침해 논란
이 법안은 이미 영국 내 법적 도전을 받고 있다. Sentinel Legal은 영국 고등법원에 법안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주요 쟁점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유럽 인권 협약 제8조) ▲재산권 보호(제1규정 제1조) ▲차별 금지(제14조) 등이다. Sentinel Legal의 사무국장 Sam Ward는 “정부가 두 종류의 성인(2009년 이전/이후 출생자)을 차별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전문가들 “규제보다 시장 메커니즘이 더 효과적”
영국 보건장관 길리언 메론은 이 법안을 “획기적인 법안”으로 평가하며 “흡연 없는 세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nstitute of Economic Affairs(IEA)의 크리스토퍼 스노든 수석 연구원은 “정부가 전자담배 규제 권한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의회 심의 없이 규제가 가능해 민주적 통제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흡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론: ‘흡연 없는 세대’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이 만들었다
영국은 이미 흡연율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전자담배와 같은 안전 제품의 등장으로 흡연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정부 규제가 아닌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그러나 새로 통과된 법안은 오히려 암시장 확산과 과도한 규제 권한 남용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흡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적 혁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