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논문에서 AI가 생성한 학술 자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논의하던 중, 법학자이자 former colleague인 Daniel Solove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AI로 글을 쓰고 이름을 올리는 것과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판사는 법적 의견을 지휘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AI가 글을 쓰고 이름을 올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AI가 법정 판결문을 작성한다면, 이는 ‘법정 서기’가 법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법적 관행과 학술적 규범의 차이에 있다.

법정 판결문: 제도적 메시지의 중요성

법정 판결문은 제도적 권한의 발현이다. 예를 들어, 연방 항소법원 3인 판사panel(판사 A, B, C)이 특정 사건을 심리해 공표된 판결문을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 판결문의 법적 효력은 누가 서명했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판사 A, B, C 중 누구의 서명이 있든, 또는 per curiam(합의체 명의)으로 발행되든, 해당 판결은 동일하게 선례로서의 권위를 지닌다.

더 나아가, 판결문은 개별 판사의 의견이 아니라 합의체 전체의 집단적 견해를 반영한다. 판사 C의 서명이 있더라도, 이는 세 명의 판사가 공유한 결론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법정 판결문은 개인의 저작권보다 제도의 메시지가 우선시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법정 서기가 판결문 작성에 기여했다고 해도, 그 서명을 올리는 것은 관례가 아니다. 판결문은 제도의 공식적 선언문이기 때문이다.

학술 논문: 개인의 창작성 존중

반면, 학술 논문은 개인의 창작성과 책임이 핵심이다. 재즈 콘서트에서 테너 색소폰 연주자가 존 콜트레인의 녹음된 솔로를 재생하는 것과 같다. 청중은 연주자의 ‘연주’가 아니라, ‘재생’만을 듣게 된다. 이는 관객을 기만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학술 논문은 저자의 독창적인 사고와 주장을 담아야 한다. AI가 논문을 작성한다면, 이는 저자의 ‘창작’이 아닌 ‘도구 사용’에 불과하다.

물론, 학술 규범은 시대와 분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법학 저널 논문에서만큼은 저자의 개성과 책임이 필수적이다. AI가 생성한 내용을 단순히 ‘출처’로만 인정한다면, 이는 학문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AI 시대, 학술과 법의 경계 재정립 필요

AI가 법정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 관행은 제도적 권한의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한다. AI가 작성한 판결문을 ‘합의체 명의’로 발행한다면, 이는 제도의 메시지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학술 논문에서 AI의 역할은 ‘도구’에 머무른다. 저자의 창작성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학문적 진실성은 훼손된다.

AI 시대, 우리는 ‘누가 작성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제도와 규범 하에서 작성되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법정 판결문은 제도의 메시지인 반면, 학술 논문은 개인의 창작물이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때, AI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이 마련될 것이다.

출처: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