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로버츠 법원은 흔히 ‘기업 우대 법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공회의소의 연방대법원 승소율을 분석한 기사도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법원이 기업의 입장에 반대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예방 원칙(Preemption) 사안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방 원칙이란? 연방법과 주법 간 충돌 시 연방법이 우선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은 주로 예방 원칙을 적극 활용해 주정부 소송 책임을 면하고자 한다. 반면 피해자들은 주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예방 원칙의 적용 범위를 좁히려 한다. 그러나 로버츠 법원의 판결은 이 같은 통념을 따르지 않는다.
토마스·고서치 대법관, 예방 원칙에 회의적
예방 원칙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대법관 개개인에 따라 뚜렷이 갈린다. 연방주의자였던 토마스 대법관은 예방 원칙의 광범위한 적용에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 고서치 대법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바노 대법관과, 다소 약하지만 앨리토 대법관은 예방 원칙의 광범위한 적용을 지지하는 편이다.
이 같은 분포 속에서 로버츠 대법원장과 배럿 대법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보수 진영이 중시하는 사안에서도 예방 원칙 관련 판결에서는 보수파 대법관들 간에 자동적 다수결이 형성되지 않으며, 5인 다수를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법원은 ‘반예방 법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최근 3건의 예방 원칙 판결 속 법원의 입장
로버츠 법원은 올해 예방 원칙 관련 3건의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는 예방 원칙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1. 헨슬리 v. 플루오르 코퍼레이션 (Hencely v. Fluor Corp.)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연방법에 의해 예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토마스 대법관이 다수 의견을 작성했으며, 소토마요르·카간·고서치·배럿·잭슨 대법관이 동조했다. 반면 앨리토 대법관은 로버츠 대법원장과 카바노 대법관과 함께 반대의견을 냈다. 이 같은 표결은 예방 원칙에 대한 각 대법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2. 몽고메리 v. 카리브 트랜스포트 II (Montgomery v. Caribe Transport II, LLC)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연방법이 주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예방하지 않는다는 일치된 판결을 내렸다. 배럿 대법관이 다수 의견을 작성했으며, 간결한 논리로 연방법 해석의 오류를 지적했다. “법률의 문구는 (c)(2)(A) 조항이 통제한다. 법의 미스터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법을 재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카바노 대법관은 앨리토 대법관과 함께 반대의견을 냈다. 예방 원칙 분석이 다수 의견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카바노는 “문제는 의회와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다”며 연방법 개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만장일치로 내려졌다. 평소 승소율이 높은 폴 클레먼트 변호사도 이 사건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3. 몬산토 v. 더널 (Monsanto Company v. Durnell)
이 사건에서도 클레먼트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지만, 앞선 두 사건의 흐름을 고려할 때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만장일치가 아닐지라도 5-4 또는 6-3으로 원고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몬산토 사건은 연방법에 따른 예방 원칙 적용이 논쟁이 된 사안으로, 법원이 연방법의 문리적 해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결론: 법원은 예방 원칙에 소극적
로버츠 법원은 예방 원칙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방법의 문리적 해석을 중시하는 법원의 태도가 반영된 결과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방 원칙을 통한 책임 회피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반예방 법원’이라는 새로운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