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완화를 위해 나무를 더 많이 심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나무의 재조림 효과는 심는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특히 열대·아열대 지역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ETH 취리히) 박사후 연구원 노라 파렌바흐(Nora Fahrenbach)가 이끄는 연구팀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파렌바흐는 “현재 자연 기반 기후 솔루션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숲을 더 많이 조성할수록 냉각 효과가 크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재조림 잠재력(global reforestation potential)을 분석해 나무를 심는 위치가 지역 및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습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로 본 재조림 효과
연구팀은 세 가지 재조림 시나리오를 모델링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약 9억 2,600만 헥타르의 열대·아열대 지역에 집중해 조림한 경우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0.25°C 낮추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8억 9,400만 헥타르를 조림하되 북반구의 온대·극지방까지 포함시킨 경우로, 냉각 효과는 0.13°C에 그쳤습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4억 4,000만 헥타르(다른 시나리오의 절반 이하)의 열대·아열대 지역에만 전략적으로 조림했지만, 냉각 효과는 두 번째 시나리오와 동일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재조림의 냉각 효과는 조림 면적보다 위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은 나무를 심으면 눈 덮인 지표면의 알베도(반사율)가 감소해 오히려 지역 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생물지구화학적·물리적 효과의 복합적 영향
연구팀은 재조림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모델링 결과, 동부 미국, 아마존, 콩고 분지, 동중국 등 특정 지역은 재조림 효과가 컸지만, 북반구의 극지방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온난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도 확인되어, 재조림이 전 지구적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재조림의 효과를 평가할 때 생물지구화학적 효과(예: 이산화탄소 흡수)와 생물지구물리학적 효과(예: 지표면 알베도 변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눈 덮인 지역에 나무를 심으면 지표면이 어두워져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이는 국지적 기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바람 패턴과 해류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국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재조림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조림 면적이 아니라, 어디에 어떤 종류의 나무를 심는지가 관건이다.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노라 파렌바흐, ETH 취리히 박사후 연구원
재조림 전략의 재정립 필요
이 연구는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재조림 사업이 단순히 ‘숲을 더 많이 조성하자’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최적의 위치와 생태계에 맞는 나무를 심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열대·아열대 지역은 이산화탄소 흡수 효율뿐만 아니라 알베도 효과도 양호해 기후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고위도 지역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파렌바흐는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자연 기반 솔루션은 단순히 규모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는 재조림 사업을 계획할 때 지역별 특성과 전 지구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