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의 ‘투표권법’ 약화 결정

미국 연방대법원이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을 약화시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지방정부(주 의회, 군 위원회, 시의회 등)가 선거구 획정 및 선거 규칙 제정에서 소수자 권리 보호 의무를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이는 워싱턴 DC가 아닌 주 및 지방정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결정으로, 소수자 투표권 보호가 후퇴할 우려가 커졌다.

투표권법 ‘Section 2’의 실질적 무력화

투표권법 Section 2는 소수자 유권자들이 선거구 획정이나 선거 규칙이 자신들의 투표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지방정부가 ‘정당 이익’(예: 당선자 보호, 선거구 획정)을 이유로 소수자 배제를 정당화할 수 있게 됐다.

Section 2 소송은 원래도 승소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소수자 유권자들은 (1) 선거구 획정이나 규칙이 소수자 투표권을 약화시켰는지, (2) 소수자 공동체가 ‘효과적인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지, (3) 소수자 배제가 ‘정당한 정부 이익’을 위한 것인지 등 3가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번 판결로 이 모든 조건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지방정부의 ‘자유재량’ 확대, 소수자 대표성 위협

브레넌 센터 for Justice의 마이클 리(Michael Li) 연구원은 “이제 지방정부가 ‘원하는 대로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게 됐다’며, 전국의 시의회, 군 위원회, 학교위원회 선거구가 재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투표권법의 초창기 승리 사례 중에는 ‘전체 선거제(At-large elections)’ 폐지가 있었다. 이 제도는 소수자 지역이 다수파에 묻히며 흑인·히스패닉계 대표성을 차단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Section 2가 약화되면서, 지방정부가 이 제도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수자 대표성 후퇴 우려: “다시 노예제 시대와 같은 상황”

루이지애나에서 흑인 다수 선거구 설치를 이끌었던 Press Robinson 씨는 “이번 판결로 유색인종 정치인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 나라는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시시피 NAACP의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집행이사는 “이 결정은 흑인 유권자들에게 ‘배신’이며, 전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시시피 주 의회는 21일 후 재개될 예정인데, 주 대법원 선거구 중 하나가 연방 판사가 투표권법 위반으로 판결한 상태다. 테일러 씨는 “이 판결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2026년 중간선거·2030년 인구조사 전망: ‘소수자 대표성 급감’ 우려

플로리다 대학교 정치학과 마이클 맥도널드(Michael McDonald) 교수는 “투표권법은 수천 개의 지역사회에 대표성을 보장했지만, 이제는 redistricting(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소수자 대표성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위한 redistricting는 이미 시기가 촉박하지만, 2030년 인구조사 후에는 새로운 선거구가 소수자 배제를 목적으로 재획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판결은 2024년 gubernatorial(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된다면, redistricting 계획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리피 slope’가 아닌 ‘절벽’: 전문가들 경고

“이번 결정은 ‘슬리피 slope’가 아니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 — 찰스 테일러, 미시시피 NAACP 집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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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x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