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상자’ 주장의 시작과 확산
미국에서 ‘농장 지대에 박쥐가 든 상자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주장은 ‘MAHA Mom Coalition’이라는 단체가 4월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농부들과의 접촉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 ‘박쥐 상자’는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주장자의 근거와 문제점
이 주장의 핵심 인물은 아이오와주에 거주하는 세라 아웃로(Sarah Outlaw)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3월 30일 인스타그램에 “지금 박쥐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며 “농부들이 박쥐가 든 상자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다”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1천만 뷰를 돌파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웃로의 주장에 따르면, 박쥐 개체수 증가와 함께 라임병(Lyme disease) 및 알파갈 알레르기(red meat allergy)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박쥐 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스노프스(Snopes)에 따르면, 아웃로는 3월 말 미주리주 한 시골 공동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지만, 정작 미주리주 보건 당국에 문의한 결과 그 어떤 공무원도 박쥐 상자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백신 음모론과 연결된 주장
아웃로의 주장은 곧 Pfizer와 Valneva가 개발 중인 Lyme병 백신과 연결되면서 더욱 확산됐다. 이 백신은 3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지만, Pfizer와 Valneva는 2027년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다. Pfizer는 이 백신이 라임병 발병률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임상시험 기간 중 라임병 발병률이 낮아져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주장은 데이비드 아보카도 울프(David Avocado Wolfe)라는 유명 웰니스 인플루언서에 의해 더욱 확산됐다. 그는 텔레그램에 아웃로의 영상을 공유하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박쥐를 퍼뜨려 백신 접종을 유도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의 반박과 사실 확인
스노프스를 비롯한 사실 확인 기관들은 아웃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쥐 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나 사진, 영상 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허위 주장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Pfizer와 Valneva는 백신 개발과 박쥐 분포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박쥐 개체수 증가나 박쥐 상자 발견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CDC는 라임병 예방을 위해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야외 활동 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할 뿐, 인위적인 박쥐 분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회적 파장과 대응
이 같은 음모론은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이와 유사한 주장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허위 정보가 실제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확한 정보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