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정부(DOI·Department of the Interior) 버그럼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하원 자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서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허가 정책과 관련한 법정 공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그럼 장관은 “정책의 전제 자체를 거부한다”며 “단 한 명의 판사가 내정부의 허가 절차를 결정할 수 있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허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련의 지시와 비밀 지시문을 발령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허가 과정에서 내정부 장관실의 추가 검토를 의무화하는 메모를 발표했으며, 이후에는 ‘에너지 밀도’(단위 면적당 생산량)가 높은 프로젝트를 우선 허가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풍력·태양광을 ‘비효율적’으로 규정하며 석탄·원자력·천연가스 프로젝트와 차별화했다.
이같은 정책들은 연방 토지 내 재생에너지 개발을 사실상 동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연방 협의가 필요한 민간 토지 내 프로젝트까지 지연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백 건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았다. 민주당은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허가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허가 개혁 협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세웠다.
환경단체의 법정 대응과 판결
청문에 앞서 풍력·태양광 산업단체들은 내정부의 정책이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에너지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그리드 얼라이언스(Clean Grid Alliance)·뉴욕 청정에너지 연합(Alliance for Clean Energy New York)·남부 재생에너지 협회(Southern Renewable Energy Association) 등 3개 단체가 원고로 참여한 이 소송에서 원고 측은 “정책이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했으며, 의회 의도를 무시한 채 특정 에너지원을 낙후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 Denise Casper 판사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내정부의 풍력·태양광 허가 정책에 대한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버그럼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판사의 결정이 하등 타당하지 않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 “메모 철회하면 협상 재개”
네바다주 Susie Lee 하원의원은 “버그럼 장관의 정책으로 내 주가 ‘허가 지옥’이 됐다”며 즉각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7월 15일 메모를 철회한다면 이번 국회에서 허가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그럼 장관은 이에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버그럼 장관은 또 캘리포니아주 Dave Min 하원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며 offshore wind(해상풍력) 임대계약 포기와 관련한 논란도 해명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에 약 10억 달러를 지급하고 해상풍력 임대계약을 포기하도록 한 내정부의 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낭비’라며 비판해왔다. 버그럼 장관은 이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내정부의 풍력·태양광 정책은 법정 공방과 의회 갈등으로 이어지며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행정부의 정책이 ‘에너지 전환을 저해한다’며 지속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