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열리는 승리절을 앞두고 군사 퍼레이드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친 승리를 기념하는 이 행사는 러시아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국가 행사 중 하나로, 수십 년간 군사력을 과시하는 장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승리절 퍼레이드가 탱크와 중장비 없이 보병과 군사학교 생도들로만 구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 결정의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테러 위협, 즉 드론 공격 가능성을 들었다. 러시아 각지에서도 퍼레이드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더 놀라운 일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통화하며 승리절 기간 동안 일시적 정전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외교 정책 고문 유리 우샤코프는 트럼프에게 푸틴이 직접 정전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도 푸틴이 먼저 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푸틴이 트럼프를 통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해 모스크바 퍼레이드에 드론 공격이 없도록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러시아 내 전쟁 분석가인 옐레나 말라홉스카야는 "전쟁 5년째에 접어든 지금, 푸틴이 붉은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열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젤렌스키가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드론 공격 공포와 군사적 열세

지난 4월 29일 모스크바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은 러시아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천km 이상 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 첼랴빈스크, 페름 등에서도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매체와 프로파간다 방송은 우크라이나가 지상전에서 밀리고 있어 드론 공격을 감행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설명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방에서는 한때 우크라이나에 회의적이었던 인사들마저 "우크라이나의 기적"을 칭송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강경파 블로거들이 잇따라 패배와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4월에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보다 더 많은 지역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 전문가 브린 탄네힐은 올봄 들어 전략적 균형이 미묘하게 but 확실하게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과시 실패와 내외부 압박

승리절 퍼레이드 축소는 단순히 군사적 위협 때문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된 국제 제재와 내부 경제난으로 군사력 과시가 현실과 괴리되고 있다. 푸틴의 정전 제안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우위와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이 승리절 퍼레이드를 성공적으로 치르느냐는 이제 우크라이나의 손에 달려 있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후퇴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 러시아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