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AI 도구인 ChatGPT와 Claude의 대중화로 인해 법정에서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는 ‘프로 시(自己訴訟, pro se)’ 사건 수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연방 법원의 판례 분석에 따르면, AI가 법적 절차의 문턱을 낮추면서 개인들이 변호사 없이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소속 연구원인 아난드 샤(A. Shah)와 조슈아 레비(J. Levy)는 ‘AI 시대에서의 사법 접근성: 미국 연방 법원 evidence’를 주제로 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AI가 법적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프로 시 사건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각 사건의 복잡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 사용 이전인 2022년까지 프로 시 사건 비율은 약 11%로 안정적이었으나, AI 도구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인 2025년에는 16.8%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AI가 법적 비용을 급격히 낮추면서 발생한 surge(급증)이 인간의 판단에 의존하는 사법 시스템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2005년부터 2026년까지 미국 연방 법원의 민사 사건 450만 건 이상의 행정 기록과 4600만 건의 PACER(공개 법원 전자 기록)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I 도구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2년까지는 프로 시 사건 비율이 안정적이었으나, AI 도구가 널리 사용된 이후인 2025년에는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법적 문턱을 낮추면서 발생한 변화
연구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AI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방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관할권 확인, 기각 방지 충분한 사실 제시, 그리고 사건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절차적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AI가 대중화되면서 이 모든 과정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특히 2023년 3월 GPT-4가 출시된 이후에는 AI가 법적 문서를 작성하고, 관련 법령을 식별하며, 절차를 안내하는 데까지 활용되면서 프로 시 사건의 수가 더욱 증가했다. 연구진은 “법학 학위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누구나 AI를 통해 상호작용형 법적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AI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난 현상
연구진은 이 논문이 기술적 설명에 불과하며, 개별 사건과 AI 도구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는 GPT-4가 프로 시 신청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입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측된 시계열 데이터가 AI의 역할을 배제하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6년까지의 소송 서류 1,600건을 무작위로 추출해 AI 감지 소프트웨어 ‘팡그램(Pangram)’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AI가 대중화되기 전인 2019년에는 AI가 작성한 문서가 ‘거의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2026년에는 18% 이상이 AI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 시 사건의 ‘사건 내 활동(intra-case activity)’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사건에서 제출되는 서류의 수가 늘어나고, 법관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는 법원 시스템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으며, 사법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