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민권 박탈’이란 단어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매년 반복하는 이 같은 공세는 과연 실효성 있는 조치일까?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법무부가 현직 미국 시민 300여 명의 시민권을 박탈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민권 박탈 시도다.
시민권의 근본을 흔드는 모든 시도는 우려스럽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민권 박탈 위협은 대통령의 반대자들과 비판가들에게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같은 조치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의 한계
첫째, 트럼프 행정부는 출생 시 미국 영토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시 시민권자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없다. 1869년 재건 시대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출생시 시민권을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서 영원히 벗어나도록 규정했다. 이는 트럼프가 최근 ‘출생시 시민권’ 제도를 공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미국은 귀화 시민의 시민권을 박탈할 때도 엄격한 법적·헌법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과거에는 달랐다. 1910년대 제1차 적색 공포 시기에 윌슨 행정부는 반전·반징병 운동가인 러시아계 미국인 엠마 골드만을 표적으로 삼았다. 연방당국은 그녀의 남편의 귀화 시민권을 사기 혐의로 무효화한 뒤, 남편을 통해 얻은 그녀의 시민권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1919년 소련으로 추방됐다.
시민권 상실 조건, 어떻게 규정됐나?
1930년대 말, 의회와 루즈벨트 행정부는 시민권 상실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기 시작했다. 1940년 국적법은 수십 년간 제정된 다양한 규정을 통합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시민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시민권을 상실할 수 있다.
- 외국에서 귀화하거나 외국 국가에 충성 맹세를 한 경우
- 외국 군대에 입대하거나 복무한 경우
- 외국 정부에서 해당 국가 국민만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을 맡은 경우
- 외국 정치 선거에 투표한 경우
- 외국 여권을 미국 시민 신분으로 사용한 경우
- 미국 영사관에서 공식적으로 시민권 포기 선언을 한 경우
- 전시 미국 군대에서 탈영한 경우(군법회의 유죄 판결 시)
- 귀화 시민이 출생국가 또는 전 국적 국가에서 2년간 거주해 해당 국가의 국적을 획득한 경우
- 귀화 시민이 출생국가 또는 전 국적 국가에서 3년간 거주한 경우
이 같은 조건들은 미국 대법원이 정리한 기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민권 박탈 계획이 이 기준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법적 절차와 정치적 한계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300여 명의 시민권 박탈 계획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도가 법적·정치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귀화 시민의 경우에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무분별한 박탈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민권 박탈 공세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헌법과 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의 틀 안에서 이 같은 조치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