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멜라노마(피부암) 치료제 ‘RP1’의 승인을 거부하자, 해당 치료제를 기다리던 환자와 의료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약 3분의 1이 생존 기간을 연장했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FDA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절망적인 소식이었다”며 “RP1은 약 2,000명의 환자에게 생사와 직결된 문제”라고 말한 에릭 휘트먼(Atlantic Health System 종양학과장)은 FDA의 결정이 환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은 FDA의 결정이 “제약 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RP1의 임상시험 설계 미비 등 과학적·규제적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약사 ‘레플리뮤’가 FDA의 반복된 임상시험 설계 변경 권고를 무시했다는 점도 거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FDA의 정책 혼란은 지난 13개월간 FDA를 이끈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전 국장의 재임 기간에 두드러졌다. 마카리 전 국장은 FDA의 전통적인 규제 문화와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티븐 그로스만(전 보건복지부 관료, 규제 컨설턴트)은 “FDA의 결정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해지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마카리 전 국장은 RP1 승인 거부와 관련해 레플리뮤를 “부패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FDA를 폄훼하기 위한 기업 홍보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레플리뮤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CNBC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 5월 의회 예산 hearings에서 RP1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화학요법도 받았다고 잘못 주장하기도 했다.
마카리 전 국장의 재임 기간 동안 FDA는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특정 약물 승인이나 정책을 추진하거나 억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폴 킴(전 FDA 직원, 상원 보좌관, 제약 컨설턴트)은 “모든 규범이 무너지면서 FDA의 결정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 매년 약 11만 2천 명의 새로운 멜라노마 환자가 진단되며, 올해 약 8,500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플리뮤의 RP1이 승인됐다면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