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익명 비판자 신원파기 위해 행정명령 남용?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과 국토안보부(DHS)가 제1수정안(표현의 자유)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익명 온라인 비판자들의 신원을 밝히도록 기술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두 건의 소송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DHS와 ICE를 통해 기술 기업들에 수백 건의 ‘신원파기 소환장(unmasking subpoena)’을 발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소환장은 사법심사 없이 발부되며, 주로 아동 인신매매 등 중대 범죄 수사를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ICE나 DHS의 정책을 비판하는 익명 사용자나 활동가들의 신원파기가 빈번히 요청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 기업들(구글, 레딧, 디스코드, 메타)은 익명 사용자의 신원파기 요청이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인 정치적 비판과 관련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요청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정보 공개 요구와 법적 대응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펜실베이니아 지부는 지난 2월 ‘DHS가 ICE를 통해 익명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신원을 밝히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청구(FOIA)를 제출했으나, DHS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 청구는 ICE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ACLU는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주민 두 명의 신원파기 요청 사례를 대리했다. 한 건은 ‘Montco Community Watch’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개인에 대한 것이었다. 해당 페이지는 ICE의 활동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운영됐으며, 다른 한 건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강제 추방 위험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정부 검사에게 보낸 남성에게 발부됐다. DHS는 두 건 모두 법정에서 다툼을 피하기 위해 소환장을 철회했다.
ACLU 펜실베이니아의 스티브 로니(Senior Supervising Attorney)는 “정부가 과거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소환장을 중단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 없이 사용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CLU의 변호사 아리 샤펠(Ari Shapell)은 “현재까지 법정 다툼으로 알려진 사례만 handful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훨씬 많은 신원파기 요청이 은밀히 이뤄지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에게 정보 요청 사실을 알리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EFF, ICE와 DHS 상대로 추가 소송 제기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또한 DHS와 ICE가 정보공개청구를 무시하자,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FF는 “정부가 익명 사용자의 신원을 밝히려는 시도를 은폐하고 있다”며 투명성 요구를 강하게 제기했다.
익명 사용자의 신원파기는 제1수정안에 위배될 수 있으며, 특히 정치적 비판이나 정부 감시 활동과 관련한 경우 더욱 문제가 된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행정명령을 악용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강력한 규탄에 나섰다.
“정부가 과거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소환장을 중단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 없이 사용자를 압박하고 있다.”
— 스티브 로니, ACLU 펜실베이니아 수석 변호사
향후 전망: 법적 투쟁과 규제 강화 필요
현재까지 알려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에게 정보 요청 사실을 알리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며, DHS와 ICE는 정보공개청구를 무시하는 등 투명성 결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행정명령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 표현의 자유 보호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익명 사용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투쟁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EFF와 ACLU는 DHS와 ICE의 행정명령 남용을 규탄하며, 추가적인 정보공개청구와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