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하지만 평등’의 유령, 다시 법정으로
역사는 반복된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1965년 투표권법을 사실상 폐기하며 1960년대 제2차 재건운동의 결실을 위협했을 때, 그 논리는 19세기 말 대법원이 제1차 재건운동을 종식시키던 방식과 닮아 있었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은 ‘분리하지만 평등’이라는 유령을 되살리고 있는 것일까?
플레시 대 퍼거슨 판결과 유사한 today’s Roberts Court
1896년 플레시 대 퍼거슨(Plessy v. Ferguson)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가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을 합헌으로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 법이 ‘분리하되 평등’을 원칙으로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 판결은 결국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로 뒤집히며, ‘분리’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로버츠 법정의 루이지애나 v. 칼레이스(Louisiana v. Callais) 판결도 유사한 논리로 흘러갔다. 대법원은 1965년 투표권법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하며, 흑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플레시 판결이 흑인들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던 방식과 닮아 있다.
‘분리’가 평등할 리 없었던 이유
플레시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쓴 헨리 브라운 대법관은 “분리가 흑인에게 열등하다는 낙인을 찍는다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 자체 때문이 아니라, 흑인 społecz가 스스로 열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분리’ 자체가 차별임을 간과한 발언이었다.
반면 존 마셜 할란 대법관은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이 법의 진정한 의미는 흑인 시민들이 백인 시민들과 같은 객차에 앉을 수 없을 만큼 열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할란의 지적은 백 년이 지나도 유효하다. 오늘날에도 ‘중립적’으로 보이는 법이 실제로는 차별을 재생산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로버츠 법정, 역사적 오류 반복하는가
19세기 말 대법원은 백인 우월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judicial supremacy(사법 우위)를 활용했다. 로버츠 법정 역시 유사한 논리로 1965년 투표권법을 무력화했다. 특히 루이지애나주는 인구의 3분의 1이 흑인이지만, 흑인 다수 선거구를 단 한 곳만 남기는 선거구를 그렸다. 이는 투표권법의 핵심인 ‘표적 차별 금지’를 무력화하는 조치였다.
할란이 지적했듯이, “법률의 진정한 의미는 그 법이 만들어진 사회의 구조와 관행에 따라 결정된다.” 로버츠 법정의 today’s 판결은 ‘분리’가 평등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있는 것일까?
로버츠 법정의 ‘신연합주의’적 접근
로버츠 법정은 1880~1890년대 대법원의 판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인종 평등을 ‘과도한 요구’라고 치부하며, 백인 우월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judicial activism(사법적 능동주의)을 활용했다. 로버츠 법정 역시 유사한 논리로 인종 평등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셸비 카운티 대 홀더(Shelby County v. Holder) 판결에서 로버츠 법정은 투표권법의 ‘표적 적용’ 조항을 무력화했다. 이는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권 보호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판결은 플레시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분리’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법정은 이를 ‘중립적’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 교훈, 오늘의 현실로
플레시 판결은 1954년 브라운 판결로 뒤집혔지만, 그 유령은 여전히 법정과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로버츠 법정의 today’s 판결은 ‘분리’가 평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투표권과 관련된 today’s 판결은 다인종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할란이 말했듯이, “법률은 그 사회의 관행과 전통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로버츠 법정은 오히려 백인 우월주의적 관행을 ‘합헌’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19세기 말 대법원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인종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다.
“법정은 사회의 변화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로버츠 법정은 오히려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
결론: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로버츠 법정의 today’s 판결은 ‘분리’가 평등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있다. 이는 다인종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는 행위다. 법정은 judicial supremacy를 남용하지 말고, 헌법의 평등 원칙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