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시트(Pete Hegseth)는 십자군 전쟁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는 2025년 인준 청문회에서 십자군 전쟁을 언급했으며, 2020년 출간한 책 American Crusade의 마지막 장 제목은 ‘Make the Crusade Great Again’이었다.
헤그시트는 십자군을 ‘방어전쟁’으로 규정하며, 기독교가 이슬람의 확장을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싸워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공과대학교(Virginia Tech) 중세사 교수 매튜 가브리엘(Matthew Gabriele)는 이를 ‘극단적인 단순화’라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교수는 “이러한 역사관이 이란 전쟁 등 현대 분쟁에 적용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그시트의 십자군 전쟁에 대한 집착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잠수함에 집착하는 친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계관이 국방장관의 현대 분쟁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Vox의 프로듀서 네이트 크리거(Nate Krieger)는 ‘성전’이라는 주제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십자군 전쟁의 실제 역사와 헤그시트의 중세사 관심사가 미국 외교정책, 특히 이란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십자군 전쟁의 실제 역사와 현대적 재해석
십자군 전쟁(1096~1291년)은 유럽 기독교도들이 예루살렘과 성지를 되찾기 위해 이슬람 세력과 벌인 종교 전쟁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헤그시트는 이를 ‘방어전쟁’으로 재해석하며, 기독교의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투쟁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브리엘 교수는 “이러한 시각은 중세 유럽의 복잡한 정치·종교적 역사를 무시한 단순화”라며 비판했다.
헤그시트의 역사관은 단순히 학문적 관심사를 넘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미국이 ‘문명 대 야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현대 분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이란과의 전쟁에서도 유사한 프레임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헤그시트의 역사관이 미치는 영향
헤그시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정책 팀의 핵심 인사로 활동했으며, 그의 역사관은 미국 외교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란과의 갈등을 ‘문명 대 야만’의 구도로 해석한다면, 이는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대응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헤그시트는 십자군 전쟁의 상징물(예: 십자군 기사 문양)을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는 특정 역사적 상징이 현대 정치에서 어떻게 재해석되어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 사용은 때로는 혐오 상징으로 오인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경고
미국 내 중세사학계와 인권단체들은 헤그시트의 역사관이 현대 분쟁에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한다. ADL(반디스파미네이션연맹)은 십자군 전쟁과 관련된 상징이 현대에도 혐오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러한 상징의 정치적 활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가브리엘 교수는 “역사란 복잡한 것이며, 단순화된 서사로는 현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헤그시트의 접근 방식은 역사 왜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