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의 보수 다수파가 1965년 제정된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의 남은 부분을 또다시 무력화시켰다. 수요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 v. 칼레(Callais) 사건에서 대법원은 6대3의 판결로 인종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인종차별적 선거구 획정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법을 왜곡한 결정으로, 흑인 공동체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판결은 루이지애나주가 2020년 인구조사 후 의회 선거구를 재편하면서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 인구의 30% 이상이 흑인이지만, 주 의회는 6개 선거구 중 흑인 다수 선거구를 단 1개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흑인 유권자들은 추가 흑인 다수 선거구 신설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루이지애나는 2024년 1월 선거구 재편안을 수정해 흑인 다수 선거구를 2개로 늘렸다. 그러나 이 조치에 반발한 일부 비흑인 유권자들이 새로운 선거구가 인종을 고려한 ‘위헌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지난해 처음 심리했지만, 올해 다시 심리한 후Wednesday(2024년 6월 27일)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보수 다수파는 흑인 공동체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의 필요성을 부인하며, 인종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역사적 맥락 무시한 대법원의 결정

이번 판결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896년 플레시 v. 퍼거슨(Plessy v. Ferguson) 판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분리하지만 평등한’ 시설이라면 인종차별적 segregation을 합헌으로 인정했다. 흑인인 호머 플레시는 루이지애나주에서 백인 전용 객차에 탑승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제14차 수정안의 평등 보호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제14차 수정안은 남북전쟁 후 제정된 수정안으로, 노예제도로 고통받은 흑인들의 인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흑인 공동체는 지리적·정치적으로 응집력이 강하며 지속적인 인종차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의회는 이 공동체를 ‘분할’(cracking)해 électoral influence(선거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었다.’
— 엘레나 케건 대법관, 루이지애나 v. 칼레 사건 반대 의견 中

케건 대법관은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는 할 수 있지만, 백인 유권자들과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흑인 공동체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보수 다수파는 이 같은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무시하고, 인종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흑인 투표권 회복을 위한 노력에 큰 후퇴

1965년 투표권법은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인종 차별적 선거제도를 금지하고, 흑인 공동체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 같은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흑인 다수 선거구가 줄어들면 흑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되고, 이는 인종차별적 선거제도의 재등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내 흑인 공동체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흑인 지도자들은 대법원의 결정이 흑인 투표권 회복을 위한 수십 년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인종 평등을 위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